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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로 번진 ‘알라’ 논쟁...차별과 혐오 우려 제기

정치계로 번진 ‘알라’ 논쟁...차별과 혐오 우려 제기

기사승인 2021. 03. 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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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독교 출판물에 '알라' 허용한다는 고등 법원 판결에 항소
기독교인 혐오 부추겨 유권자 잡는다는 지적 이어져
"종교 갈등" "인종 분쟁"초래한다고 비난
Virus Outbreak Malaysia <YONHAP NO-4536> (AP)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사진=AP 연합
말레이시아 정부가 비무슬림도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고등법원 판결에 항소하자 종교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알라’ 논쟁이 자칫 종교 갈등과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이 기독교 출판물에 ‘알라’라는 단어를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15일 정부가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야권은 24일 이슬람교도를 지지층으로 두고 있는 연립여당 국민연합(PN)이 정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알라’ 문제를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말레이계는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기 때문에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바주 샤피 압달 야권대표는 “국민연합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말레이계의 민심을 얻고자 ‘알라’ 논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적인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여당의 전형적인 수법이다”고 지적했다.

정치 분쟁을 불러일으킨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2008년 기독교 여성인 질 아일랜드 로렌스 빌이 ‘알라’라는 단어가 적힌 기독교 CD를 압수당하면서 시작됐다. 동말레이시아 사라왁 출신인 질 아일랜드는 2008년 5월 11일 인도네시아에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다가 ‘알라’가 들어간 제목의 CD 8개를 압수당했다. 말레이시아 내무부는 ‘알라’는 이슬람교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결정해 1986년부터 ‘알라’라는 단어를 기독교 출판물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출판물법을 적용해왔다.

2008년 8월 20일 질 아일랜드는 내무부와 정부에 이슬람 외 다른 종교 출판물에 ‘알라’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헌법상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일 마침내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기독교 출판물에 ‘알라’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판결하며 질 아일랜드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연방헌법에 의거해 질 아일랜드가 ‘알라’가 적힌 기독교 CD를 소지한 사실은 교육과 종교 대한 헌법적 권리에 따라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연방헌법 제8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기에 신앙을 이유로 차별하는 출판물법은 말레이시아 헌법에 위배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른 종교가 ‘알라’를 사용하는 것은 이슬람 신자를 개종하려는 의도로 보고 이슬람 외 다른 종교에서는 신을 ‘알라’로 지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알라는 아랍어로 신이라는 뜻으로 오래 전부터 사바와 사라왁 지역의 말레이계 기독교인들은 ‘신’을 칭하는 말로 ‘알라’를 사용해왔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정부가 비무슬림의 종교적 권리를 해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모든 말레이시아인들이 ‘알라’라는 단어를 출판물에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집권 여당이 ‘알라’ 문제를 이용해 기독교인을 겨냥한다면 인종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약 70% 가량인 이슬람교도는 대부분이 말레이계고 약 9%인 기독교인은 중국계와 인도계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 말레이시아 여성이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기독교인들을 모두 말살시키겠다”며 비무슬림을 겨냥한 협박 영상을 올려 증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sungah@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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