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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외건설과 중대재해처벌법

[칼럼] 해외건설과 중대재해처벌법

기사승인 2021. 04. 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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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4일 기준 해외건설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한 80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 시장에서 34억 달러, 아시아 20억 달러, 태평양 및 북미 시장에서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공종별로는 산업 설비 부문에서 52억 달러, 건축과 토목 부문에서 각각 10억 달러와 8.8억 달러를 기록했다. 351억 달러를 기록한 작년과 비교해 다소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올해 수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 들려 온다.

이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백신 접종 지속과 그에 따른 5%가 넘는 세계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발생 및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 또한 높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작년 해외건설 시장은 이동 제한과 봉쇄조치로 인해 다수의 사업 발주가 지연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상적인 수주 영업에도 큰 차질이 있었다. 중동과 산업설비 발주 시장의 확대 요인인 국제유가는 인위적인 산유량 감축과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소폭 상승했지만, 공급증가와 세계적인 탄소제로 정책의 시행 등 하방 압력 요인이 많은 상황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팽배한 해외건설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실적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데 절박한 상황의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률 시행이 코 앞이다. 지난 1월 2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익숙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공표됐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내 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유발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률로 그 영향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법률 적용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과도하다는 업계의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건설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4대강 건설사업과 호남고속철도 건설 공사 등과 관련한 입찰 담합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공공사 입찰 참가 제한과 과징금 처벌이 대대적으로 내려졌다. 해당 행정 조치는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건설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르웨이 오슬로 터널 사업 발주처는 4대강 입찰 담합에 대한 처분과 기소에 대해 해명자료들을 요청하고 한국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입찰참가자격 탈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는 국내에서 부과된 행정처분이 해당 기업의 신인도를 흔들어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중대한 인명사고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필요하다. 하지만, 처벌이 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2, 3차의 형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업계에서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주장이, 노동계에서는 변죽만 울리는 법안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관련 주체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중대재해’를 막고, 본래의 취지에 맞는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위해 처벌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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