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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칼은 휘두를수록 위협 약해져”…금감원 잇단 중징계에 일침

[취재뒷담화] “칼은 휘두를수록 위협 약해져”…금감원 잇단 중징계에 일침

기사승인 2021. 04. 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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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위력이 있습니다.”
최근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이 잇따르자, 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가 우려를 담아 한 말입니다.

현재 금융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입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모펀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중징계 일변도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사 최고경영자에 대해서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전 원장과 비교해 제재 수위도 한층 높였습니다. 재취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중징계 칼날’에 5대 금융그룹 중 자유로운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과 라임펀드로 두 차례나 문책경고를 받았습니다. 또 몇몇 최고경영자는 금감원이 조금이나마 아량을 베풀길 바라고 있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았습니다. 앞서 결정했던 징계 수위를 보면 낮춰질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물론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는 모두 많은 피해자를 야기한 심각한 금융사고입니다. 과실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금감원의 최고경영자 중징계 결정의 주된 논리가 ‘내부통제 미흡’인데, 이에 대해선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사 최고경영자들도 금감원의 징계를 수용하지 못하고, 법원 판단을 다시 구하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도록 하는 데다 수십 년간의 커리어를 불명예스럽게 끝내야 하는 무거운 징계이기 때문입니다.

“칼을 칼집에서 꺼내 휘두르게 되면 몇몇은 다칠 수 있지만 위협은 줄어들게 됩니다.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로 이어져야 승복하고, 일벌백계의 취지도 살릴 수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금감원의 강경노선이 되레 금융사의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위세만 떨어뜨리는 게 아닌지 윤 원장도, 금감원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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