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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차 맞은 DB그룹 김남호號, 올해 대기업 재등판할까

취임 2년차 맞은 DB그룹 김남호號, 올해 대기업 재등판할까

기사승인 2021. 0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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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정자산 10조 넘기며 대기업집단 진입 전망 밝아
DB손해보험 등 금융업에 치중된 사업구조 재편 등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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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0대그룹’에도 이름을 올리며 위상을 떨쳤던 DB그룹(옛 동부그룹)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며 준대기업으로 밀려난 지 5년 만에 대기업집단 재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친 김준기 전 회장에 이어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방향타를 잡은 지 불과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질 일이다. 모태기업인 동부건설을 비롯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등 주요 제조계열사를 매각하며 금융그룹으로 탈바꿈시킨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준기 전 회장의 갑작스런 불명예 퇴진에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다 수습되지 못한 상황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수장에 오른 김남호 회장은 46세란 젊은 나이에도 오랜 경영수업을 바탕으로 ‘준비된 총수’로서 주요 계열사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 3월에는 DB그룹 지주사인 DB아이엔씨 등기임원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며 취임 2년차에 본격적인 김남호 체제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성추행 사건으로 회장직에 물러났던 김준기 전 회장의 DB아이엔씨 미등기임원 복귀로 인한 오너리스크 관리, 금융에 치중된 사업을 재편해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은 김남호 회장의 올해 과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오는 30일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지정 발표에서 공정자산 10조원을 넘기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계열사의 실적향상에 따른 자본총액 확대 영향이다.

DB그룹의 버팀목인 DB손해보험은 손해율 개선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2%, 7.7%씩 증가한 영업이익(7329억원)과 매출(20조1104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 또한 6조5071억원으로 5.8% 확대됐다. DB금융투자도 지난해 1조5903억원 매출과 13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각각 60%, 56%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도 9221억원으로 1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계열사 DB하이텍과 DB도 자산규모를 늘리며 4개 주요계열사만 봤을 때 지난해 DB그룹의 공정자산(연결기준)은 9조800억원이다. 연결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비상장 계열사들이 2019년 수준의 성과만 냈다면 DB그룹의 올해 대기업 지정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7월 DB그룹의 수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끈 김남호 회장의 영향이다. 김 회장은 40대의 젊은 총수이지만 경영에 일찌감치 참여하며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팜한농, DB생명 등을 거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15년 DB금융연구소에 합류한 그는 3년간 큰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받았다. 동부팜한농·동부대우전자 등의 매각작업에도 관여했다.

김 회장은 일찌감치 지분 승계도 끝냈다. DB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DB아이엔씨의 지분 16.83%를 비롯해 핵심계열사인 DB손해보험도 9.01%로 개인 최대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김남호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은 끝냈다는 말이다.

지난해 7월 회장에 취임해 2년차를 맞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김남호號 체제는 올해부터다. 자신만의 경영스타일을 보여줘야 할 때다.

우선 금융에 치중된 그룹 매출 의존도를 분산시켜야 한다. 그룹 내 20개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DB손해보험’ 단일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율이 76%(16조657억원, 2019년 별도 기준)에 달한다. 이를 금융계열사 전체로 확장하면 의존율은 93%(19조6080억원)까지 치솟는다. 문제는 보험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진료 수가 인상 등 손해율은 꾸준히 오르고 정부 당국 통제로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다.

김 회장도 이를 인식한 듯 올 신년사에서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로 금융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게다가 다른 종합 금융사들과 달리 제1금융업이 없고 보험 위주 사업 구조여서 경쟁력을 갖추기도 힘들다.

김 회장이 IT를 미래먹거리로 키우려는 이유다. 1997년 출범해 17년간 적자를 기록한 DB하이텍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 호황으로 매출 9359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김준기 전 회장의 DB아이엔씨 미등기 임원 복귀는 자칫 오너리스크로도 번질 수 있다. DB그룹 측은 경영복귀가 아닌 경영자문과 조언 역할로 축소하지만 김 전 회장의 DB아이엔씨 지분은 11.20%로 만만치 않다. DB손해보험도 5.94%로 2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40대 젊은 나이에 총수의 자리에 올라 우려의 시선도 컸지만 많은 지표에서 안정적 실적을 보이며 일단은 합격점”이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는 2년차를 맞아 이제 김남호 회장이 어떤 경영스타일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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