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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미국 가서 맞겠다” 코로나19 백신여행, 부자들만의 잔치?

“차라리 미국 가서 맞겠다” 코로나19 백신여행, 부자들만의 잔치?

기사승인 2021. 04. 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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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지난달 1일 로스엔젤레스 CVS 약국에서 약사가 일본 국적을 가진 여성에게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제공=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일정하지 않게 되자 세계 각국 사람들이 미국으로 ‘백신 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유층에게만 해당돼 백신 빈부격차를 앞당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자국에서 언제 코로나19 백신을 맞을지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은 중남미인들이고 일본인들도 백신 여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멕시코 몬테레이에 거주하는 여성 치과의사인 알레 한드라는 2월 코로나19로 어머니를 잃은 직후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는 텍사스에 살고 있는 친구 주소를 사용해 CVS약국에서 온라인으로 접종 등록을 했다. 접종을 마친 뒤에는 “엄마가 미국에서 백신을 맞을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또 다른 멕시코인인 버지니아 곤살레스는 “멕시코에서는 관리들이 백신을 충분히 사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그들은 시민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건 생존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백신 여행을 계획 중인 히오바니 바스케스는 “텍사스에서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없다면 루이지애나나 애리조나 같은 다른 주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칠레와 우루과이 정도를 제외하고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선 백신 물량이 충분치 않다. 이 탓에 인구 대비 접종률(1회 이상 접종 기준)이 10% 안팎에 머문다. 일본은 인구의 약 1%만이 접종받아 백신 접종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반면 미국은 1회 이상 접종 인구 비율이 40%에 달하고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접종도 이미 시작했다. 충분한 물량에 일부 주에서는 거주민이 아닌 이들도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험이 없어도 무료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무시 못 한다. 이로 인해 멕시코에서는 텍사스행 전세 항공편 사업이 덩달아 호황을 누릴 정도다.

그러나 백신 여행은 돈과 여유가 있는 부유층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다. 원정 백신접종을 위해서는 비자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고 백신을 맞은 후 체류 기간 동안에는 상당한 숙박비가 지출된다. 코로나19 백신이 새로운 형태의 빈부격차를 만든다는 비판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실제 부자들의 백신 여행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달 초 멕시코 프로축구팀 선수들과 멕시코·아르헨티나의 유명 방송인, 지난 11일 페루 대선에 출마했던 에르난도 데소토 후보 등이 미국으로 가서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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