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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 스와프, 美에 무엇을 줄지 고민해야

[사설] 백신 스와프, 美에 무엇을 줄지 고민해야

기사승인 2021. 04. 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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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미국과 코로나19 백신 스와프(교환)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백신 수급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 같은 기대감을 주었다. 하지만 21일 관훈토론회에서는 “미국도 국내 사정이 아직 매우 어렵고 올여름까지 집단면역을 이룬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믿었던 미국 역시 백신 비축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는 정 장관의 백신 스와프 발언에 이 문제는 “비공개 외교 대화”라며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신 스와프를 부인하는 것인지 협상이 끝나지 않아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인지 묘한 답변이다. 정 장관이 불쑥 스와프 얘기를 꺼낸 게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이를 두고 방역 관계자와 외교가에서는 설익은 것을 급하게 내놨다고 꼬집는다.

백신 스와프는 절실하다. 겨우 국민 3%가 접종을 마쳤고 11월 집단면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인도, 유럽연합(EU) 등의 백신 이기주의로 백신 수급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당연히 국민은 불안해한다. 외교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백신 스와프를 꺼내들었는데 미국의 여건이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방역 당국도 발표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스와프는 서로 줄 게 있어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미국 관심사인 반도체 제공이나 4개국 협의체 ‘쿼드(Quad)’ 가입을 든다. 반도체는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투자 보따리를 풀면 되지만 시간이 걸린다. ‘쿼드’는 한국 안보 틀을 새로 짜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대표적인 이슈다. 미국이 ‘쿼드’를 앞세우면 백신 교환은 어려질 수 있다.

전 세계가 백신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백신 스와프가 성사되면 외교력은 돋보이지만 민감한 이슈를 장관이 국회에서 공개하고, 이튿날 다른 뉘앙스의 말을 한다면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방역 당국과의 엇박자도 문제다. 이럴 바에야 백신 상황을 사실대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설익은 협상 내용을 성급하게 공개한다는 비판은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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