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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명품 세계 7위 소비국, MZ세대가 매출 견인하는 현실

[칼럼] 명품 세계 7위 소비국, MZ세대가 매출 견인하는 현실

기사승인 2021. 05.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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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성 아시아유럽미래학회장(동덕여대 교수)
김익성 교수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
명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도 명품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롯데백화점이 46%, 신세계백화점이 50.7%를 기록하고 있다. 명품의 소비 증가율이 2018년 이후 급등하고 있다. 쓰던 명품이 싫증이 나면 되파는 리셀러들도 늘어나고 있다. 명품관 오픈 시간에 맞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구입 순서를 기다리는 기현상이 이제 한국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젊은이들의 이런 명품사랑은 당장 중단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명품이 재테크의 수단이 되는 ‘베블런 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럴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혀 명품을 보복소비의 대상으로 삼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관심이 없고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내는 ‘홀로족’,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욜로족’의 등장도 한 요인이 된 듯 싶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으로 부자가 된 권력층과 기득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이들처럼 새로운 부자가 되기 위한 따라 하기 열풍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협찬 명품들로 가득한 방송들도 이런 경향을 부채질하는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명품을 쓰다 재판매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히 번져 유행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나를 중요시하며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하다면 큰돈이 들어간다고 해도 투자를 꺼리지 않는다. 명품구매를 하는 MZ세대들은 소비를 통해 존재가치나 과시욕을 즐기고자하는 ‘플렉스족’ 또는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포미족’ 또는 ‘욜로족’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물론 사치라는 개념과는 구별된다. 문제는 이들이 ‘어디에서 이런 큰 돈을 가지고 오느냐’ 하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최근 9.8%로 평균 실업률 4%대의 2배가 넘는 어려운 경제 상황인데도 말이다. 명품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서 투자하는 ‘영끌족’이 있는가 하면, 빚을 내서 명품에 투자하는 ‘빚투족’ 등도 양산된다니 본인들이 좋다는데 돈한 푼 보태주지도 못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런 상황이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서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해외 명품업체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매년 주기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우리 젊은이들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환율변동과 원자재 상승 등을 인상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명품업체들이 코로나19로 받은 글로벌 피해를 한국 매출로부터 보상받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 고객에 대한 ‘호갱’ 논란은 가격이 비쌀수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한국소비자들의 과시성향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한정판매’ 또는 신 모델이다 해서 명품 가격을 인상하고 따라서 중고 명품의 재판매가격도 함께 높아지게 되고 결국 이런 순환구조는 한국의 젊은 고객들에게 재테크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해외명품업체들은 한국 내 명품투자를 지속적으로 조장하면서 주기적인 가격인상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명품 업체들이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중국에는 지원금 수십억 원을 약속하고 의료진과 보호 장비를 공급하면서 한국에서는 사회공헌활동에 인색하다는 점도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거나 자사 인턴이나 취업기회를 제공한적도 없는 것 같다.

명품을 사랑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해외 명품기업들에게 자신들이 ‘호갱’이 된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평소 착한기업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주고 나쁜 기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며 혼을 내주던 젊은 네티즌들의 기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필자의 이런 표현이 거슬리고 꼰대의 잔소리가 된다고 해도 좋다. 한국 젊은이들의 지속가능한 명품사랑을 명품업체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또한 명품사랑도 좀 더 경제적으로 이어가길 희망한다. 공유경제를 활용해 공동구매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초 이용자가 더 많이 투자하되 나중으로 갈수록 투자자의 지분액을 줄여가는 것이다. 명품을 걸친다고 자기 만족이 되는 트랜드는 60년대 유럽의 모드족처럼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코인과 아트테크 또는 건물 등에 ‘올인’하는 투기족으로 변모해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떼돈을 버는 소수의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는 수백 수천의 젊은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명품 말고도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다른 무엇인가를 젊은이들에게 권유해 줄 수 있고, 또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존경받는 꼰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사회가 스스로의 복원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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