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 ‘건전성 지표’ 왜곡 우려에도…실적자랑만 늘어놓는 은행권

[취재뒷담화] ‘건전성 지표’ 왜곡 우려에도…실적자랑만 늘어놓는 은행권

기사승인 2021. 05. 16. 19: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210216010009437_1613537915_1
이주형 경제부 기자
“최근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받은 후 폐업처리를 한 사례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 연체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 은행 관계자가 잠재 부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말입니다. 연체율은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잠재 부실이 반영되지 않아 ‘착시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에도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며 실적 자랑만 잔뜩 늘어놨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경제침체 우려는 지속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잠재부실 대응에는 소극적인 반면, 단기 실적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0.2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최저 수준인데요,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수준를 보였습니다. 금융권은 연체율 개선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지원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초 지원 기간은 올해 3월까지였는데, 6개월 더 연장됐습니다. 문제는 지원 규모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금융권 만기 연장 대출 규모는 지난해 11월 110조원에서 3개월 만에 121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폐업하거나 공장 문을 닫는 부실 지원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계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올해 1분기 위기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오는 9월 금융지원이 중단되고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들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죠.

은행들 중엔 ‘지난해 쌓은 충당금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로 올해 코로나19 충당금을 쌓지 않은 곳도 많았습니다. 4대 금융 중에서 코로나19 충당금을 쌓은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했습니다.

은행들은 지원 조치가 끝나기 전 잠재 부실 규모를 미리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원 대상자들의 상환 능력을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게 낫습니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의 배당까지 거론하며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잠재 부실에 대한 대비에 나서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