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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옥토버페스트 취소’ 소식에 또 한번 우는 ‘위기의 쇼맨’들

獨 ‘옥토버페스트 취소’ 소식에 또 한번 우는 ‘위기의 쇼맨’들

기사승인 2021. 05. 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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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
수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던 2018년 옥토버페스트 모습. 쇼맨들은 게임장과 놀이기구를 운행하고 공연 및 전시를 선보이며 축제 분위기를 만든다/출처=서주령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독일 뮌스터 인근 카라반(Caravan·차량에 매달아 끌고다니는 이동식 주택)에 거주하는 아우구스트 슈나이더는 7대째 내려오는 샤우슈텔러(Schausteller·쇼맨: 독일 축제에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거나 놀이기구 및 놀이장을 운영하는 사람) 대가족의 가장이다. 카라반 창고 한 켠에서 고장난 스쿠터를 수리하던 그는 “얼마 전 또 손자가 태어났습니다”라며 웃는다. 그에게 새로운 손자의 탄생 소식은 기쁨만이 아니라 걱정과 근심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난 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독일 전 지역의 축제들이 연달아 취소된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 쇼맨들의 한 해 큰 수입원이었던 옥토버페스트(Okroberfest)가 전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탓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16일(현지시간)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슈나이더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가을 예정됐던 옥토버페스트가 취소되면서 한숨이 한층 더 깊어진 독일 쇼맨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독일 바이에른주(州)의 전통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개최 때마다 세계에서 평균 약 6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국제적인 초대형 축제 중 하나다. 하지만 주최 측인 독일 바이에른 주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 옥토버페스트를 전면 최소한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화려한 축제를 기대했던 수 많은 옥토버페스트 팬들이 주정부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가운데 독일 내 많은 쇼맨들은 아쉬움을 넘어 ‘축제가 사라진 세상’에 큰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다.

슈나이더 가족은 지난 2019년 열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돈을 벌었다. 2020년 봄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슈나이더 가족이 운행하던 회전목마와 범버카, 워터슬라이드는 창고에 들어갔다.

아우구스트는 “다행히 국가 지원을 받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 가족들 모두가 물류 창고나 택배원으로 일하고 있다”며 “재정난도 문제지만 미래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쇼맨은 기본적인 ‘생활비’뿐 아니라 축제용 각종 장비를 유지·관리하는 비용과 공연을 위한 동물을 사육하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금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하다. 장비를 포기하는 순간 대유행 이후 쇼맨으로 복귀하는 꿈은 접어야 한다.

그들은 한 평생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않고 카라반을 집 삼아 독일 전역을 여행하며 살았다. 때로는 베를린에서, 때로는 뒤셀도르프 혹은 하노버에서 축제 문화의 일부분으로 활약했다. 96세인 아우구스트의 아버지 역시 여전히 카라반에서 함께 살고 있다. 도시 이동이 제한되고 모임금지가 장기화되면서 한 곳에 머물러야만 하는 일상 역시 그들에겐 낯설다.

독일 쇼맨 협회는 약 5000개 이상의 회사와 3만2000명의 직원이 종사하는 이 업계의 종말에 대해 경고하며 독일 연방정부에 야외 행사에 대한 개방적인 관점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협회 대변인은 “초대형 축제가 취소될 경우 다른 축제들이 장기적으로 연달아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옥토버페스트 취소로 인해 올 한 해 축제들이 연달아 취소되는 일명 ‘옥토버페스트 효과’는 피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협회는 자체적으로 엄격한 방역 규정을 세우고 축제장에서 각각의 쇼맨 구역마다 동선을 통제하는 벽 시설을 세우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실제로 협회측에서 지난 해 봉쇄령이 완화됐던 시기에 방역 규정을 바탕으로 실험적으로 기획했던 작은 축제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변인은 독일의 “쇼맨 업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 더 오래, 그리고 가혹하게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야외 축제를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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