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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1조 실탄으로 정상화 시동... 과거 명성 되찾나

태광그룹, 1조 실탄으로 정상화 시동... 과거 명성 되찾나

기사승인 2021. 06.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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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대규모 투자 재시동
고부가플라스틱 원료 AN 생산
10월 이호진 전 회장 출소 앞둬
공격적 투자로 외형확대 나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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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제공=태광산업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 태광산업이 9년여 만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만기 출소를 앞둔 태광그룹이 정상화를 위해 당분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LG화학과 손잡고 아크릴로니트릴(AN) 증설을 위한 합작법인 티엘케미칼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

AN은 프로필렌과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단위체로 아크릴섬유·고부가합성수지(ABS) 등의 주원료다. 태광산업은 AN의 주요 소비처인 LG화학과 합작을 통해 생산량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태광산업이 전체 주식 370만주 가운데 60%인 222만주를 728억1600만원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정식 법인 명칭과 설립일은 하반기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회사는 추후 유상증자 통해 추가 출자도 계획 중이다.

태광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 것 또한 창사 이래 처음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2012년 탄소섬유 공장을 증설한 이후 사실상 모든 설비 투자를 중단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 투자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과 상반된 행보였다. 업계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의 공백으로 태광그룹의 경영 시계가 멈춘 것으로 바라봤다.

한때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올랐던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의 부재로 인해 성장이 멈췄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면서 재계 순위는 2019년 40위에서 2020년 49위로 아홉 계단이나 수직 하락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2011년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건강상 이유로 곧바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오는 10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의 이번 투자를 두고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공격적 외형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태광그룹은 그간 오너 부재로 재무지표 개선 등 보수적 경영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태광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분기 말 기준 3367억원이다. 이 외 유동화가 가능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단기금융상품이 8832억원가량 더 된다. 모두 더하면 1조2000억원을 넘는 실탄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말보다도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태광산업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9200억원 수준이던 현금성 자산은 2018년 1조2560억원, 2019년 1조1908억원, 지난해 1조87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각종 재무지표가 건실한 데다 올해 화학섬유 시황이 긍정적이어서 추후 유상증자로 자금 확보에 나설 경우 이 또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2017년 29.5%에서 2018년 28.5%, 2019년 25.1%, 2020년 21.7%로 지속 개선돼 오고 있다. 동시에 순차입금 또한 마이너스로 무차입 경영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재무리스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이 탄탄하다는 말이다. 당분간 태광그룹의 공격적 투자가 예상되는 이유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석유화학 쪽 경쟁업체가 투자를 많이 늘리고 있지만 그간 수년 동안 태광은 투자를 많이 집행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가 지체되면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실탄이 넉넉한 만큼 시장 등 상황을 보고 추가적인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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