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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코로나 우울 날려준 유쾌한 희극발레 ‘돈키호테’

[리뷰]코로나 우울 날려준 유쾌한 희극발레 ‘돈키호테’

기사승인 2021. 06. 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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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리 역에 깜짝 발탁된 발레리나 김수민 '호평'
32번 회전, 고난도 점프, 스페인 민속춤 등 눈길 사로잡아
발레 돈키호테의 한 장면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돈키호테’의 한 장면./제공=유니버설발레단
돌고 돌고 또 돈다. 발끝으로 선 발레리나의 가녀린 몸이 끝도 없이 돈다. 무려 32번의 푸에테(회전동작)다. 마치 오르골의 인형 같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남녀 무용수의 2인무)의 한 장면이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선 키트리 역의 무용수 김수민은 완벽한 푸에테를 선보여 탄성을 자아냈다. 김수민의 키트리는 그야말로 통통 튀었다.

선화예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수민은 이번에 키트리 역으로 깜짝 발탁됐다. 2010년 ‘라 바야데르’ 공연 당시 대학생이었던 박세은(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과 김기민(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을 객원 주역으로 기용했던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과 유병헌 예술감독의 남다른 눈썰미가 작용했다. 그 판단은 정확했다. “교과서 교본 같다”는 평이 이어지며 차세대 스타 탄생에 관객도 무용계도 난리가 났다.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과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탄생했다. 1869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해 대성공을 거둔 후 오늘날까지 자주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150년 넘게 사랑 받아온 데는 발레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두루 아우르는 다양한 매력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발레 가운데 가장 유쾌한 발레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남성미 넘치는 투우사의 춤과 플라멩코, 세기딜랴, 판당고 등 이국적인 스페인 민속춤들이 지중해의 낭만과 스페인의 정열을 전한다.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무대를 휘젓는 고난도의 점프와, 발레리노가 한 손으로 발레리나를 자신의 머리 위까지 들어올리는 동작 등이 수차례 반복된다.

이날 공연에서도 바질 역의 간토지 오콤비얀바는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키트리(김수민)를 휙휙 들어올려 갈채를 받았다. 몽골 출신의 수석무용수 오콤비얀바는 뛰어난 테크닉과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심각하거나 비극적인 내용이 전혀 없고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도 요즘 같은 시기, 이 작품의 장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우울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


발레 돈키호테의 한 장면2
발레 ‘돈키호테’의 한 장면./제공=유니버설발레단
원작 소설이 엉뚱한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 판자의 여행담이 주 내용이라면 발레는 좀 다르다. 아름다운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재치 있는 젊은 이발사 바질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원작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조력자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97년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연출로 ‘돈키호테’ 초연을 선보였다.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아 22년간 이끌었던 전설적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은 초연 이후 꾸준히 국내외에서 이 작품을 선보여 온 유니버설발레단의 저력이 담긴 무대였다.

“잠시나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즐거움과 설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문훈숙 단장의 말처럼 공연은 지리한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만든다.

코로나 사태가 일상을 잠식한 요즘 같은 때, 새삼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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