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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막 찍은’ 하나은행 T1 광고 MZ세대 입소문 탄 이유

[취재뒷담화]‘막 찍은’ 하나은행 T1 광고 MZ세대 입소문 탄 이유

기사승인 2021. 06.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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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카드 디자인, 실화냐?” “혜자로운 혜택! 버근가?”

최근 공개된 한 광고 속 슬로건입니다. ‘버그(시스템 오동작)’ 등 일상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라 한 번에 봐서는 정확히 어떤 뜻인지 와닿지 않습니다. 이 용어는 e스포츠를 즐기는 MZ세대가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저 광고가 어느 회사 광고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게임회사나 IT업계 광고인가 싶기도 하지만 타 업종에 비해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기업문화의 은행권 광고입니다.

하나은행은 국내 e스포츠 간판이자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역대 최다 우승팀인 T1 팬들을 위해 지난 15일 T1 체크카드를 출시하면서 이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광고 설명에는 “항마력(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이나 사진을 보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라는 뜻의 신조어)쯤은 만렙인 T1 팬들을 위해 준비했다”고 쓰여있습니다. e스포츠 인기선수들의 정제되지 않은 ‘막 찍은’ 느낌의 광고로 공략한 것인데요, 전통 금융권에서 시도한 그간의 마케팅과 차별화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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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금융 용어도 MZ세대에게 익숙한 게임 용어와 연결했습니다. 이체 수수료 무료라는 표현을 “이체 수수료가 제거되었습니다”라고 하거나 “(하나은행 외에)다른 앱은 다 지워야지. 더블킬 트리플킬”이라고 하는 식입니다. MZ세대와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번외편 광고도 공개했습니다. 기성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MZ세대 문화적 포인트를 잘 짚어낸 거지요.

유튜브와 유명 게임 포털 등에선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튜브 조회 수는 나흘 만에 5만8000회를 훌쩍 넘어섰고 게임 포털에선 댓글이 수백개 달렸습니다. T1 팬들은 “오글거리는데 계속 보게 된다” “페이커 사인 담긴 에디션 카드 더 늘려달라” “LCK 서머 시즌은 T1이 캐리(승리로 이끌다)하고 송금은 하나은행이 캐리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MZ세대 전용 체크카드 선보이며 시작됐지만, 크게 보면 MZ세대에게 은행 브랜드를 홍보한 셈입니다. 은행(19개)뿐만 아니라 증권사(46개), 보험사(38개) 등 국내 금융회사만 해도 103개에 달합니다. 이들이 내놓는 금융 상품까지 포함하면 가짓수는 훨씬 더 많아지겠지요. 단순히 금융 상품을 많이 파느냐보다 수많은 브랜드 중에 얼마나 각인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겁니다. 미래 핵심 고객으로 부상할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앞으로 은행들이 얼마나 차별화되고 톡톡 튀는 소통 방법을 고안해낼지 좀더 기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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