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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없이 진행되는 첫 홍콩보안법 재판…176년 역사 기본권 어디로

배심원 없이 진행되는 첫 홍콩보안법 재판…176년 역사 기본권 어디로

기사승인 2021. 06. 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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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National Security Trial <YONHAP NO-2576> (AP)
23일(현지시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관련 첫 재판이 열리는 가운데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사진=AP 연합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인물에 대한 첫 재판이 23일(현지시간) 열렸다. 피고인 측은 홍콩 관습법에 따라 배심원 참여 재판을 요청했지만 당국은 배심원 안전과 국가기밀보호를 이유로 기각했다. 홍콩보안법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기본권 보장 범위가 좁아진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23일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고등법원에서 홍콩보안법 적용 이후 해당 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통잉킷(24)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15일간 이어질 이번 재판은 향후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사법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가늠해볼 첫 판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통잉킷은 홍콩보안법으로 기소된 첫 번째 인물이다. 국가 분열과 국가정권 정복을 조장하고 테러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1일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달고 경찰을 향해 돌진한 혐의로 체포됐다. 통잉킷은 수차례 보석 신청을 했지만 기각돼 약 1년간 보석 없이 구금돼 있었다.

전날 재판부는 통잉킷의 배심원 참여 재판 요청을 기각했다. 이번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은 배심원과 그의 친인척 보호를 위해 내려진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홍콩보안법 제46조는 민감한 사건에 대해 배심원을 배제한 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배심원 재판 기각을 두고 헌법에 의해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하며 홍콩 정부 입맛에 맞춘 판결을 내리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홍콩은 176년 동안 관습법에 따라 배심원이 참석해 투명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왔다. 심지어 사법부 웹사이트에는 배심원 제도를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통잉킷은 홍콩보안법에 의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음에도 배심원 없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임명한 3명의 재판관들에게 판결 받게 됐다.

토마스 켈로그 조지타운 아시아법 센터장은 “통잉킷의 배심원 재판 요청을 거부한 재판부 판단은 향후 홍콩보안법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정부는 피고인들의 적법한 권리를 벌써부터 박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오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 1주년을 맞는 홍콩 민주진영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홍콩의 대표적 반중(反中)매체 빈과일보는 홍콩보안법의 압력을 받으며 자산이 동결돼 26일자를 끝으로 폐간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6월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 통과된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한 국가 분열·국가정권 전복·테러리즘 행위 등을 처벌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종신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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