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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중기피아]자본주의와 최저임금제 그리고 돈키호테

[최성록의 중기피아]자본주의와 최저임금제 그리고 돈키호테

기사승인 2021. 07.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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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아직까지 충격
경제정책의 급진성, 국민들 힘들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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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장

# 늦은 밤 12시 피씨방 아르바이트 학생 정신이상
찌푸린 인상에 구겨진 희망 주인 등살에 손님 성화에
비상구 찾아대는 겁쟁이 닦고 닦아대는 걸레질
삿대질 받고 허리굽힌 인생 영원히 볕들 날은 없겠지?
난 캠퍼스 멋쟁이 모든 여선생이 사랑하는 장학생
허나 밤엔 평생 제자리 맴도는 팽이 아르바이트 학생
밤새 노동했던 나한테 계산을 따지며 의심해?
됐어! 사장님의 문제? 최저임금제

에픽하이-Daydream(사직서)中

돈은 종이조각에 숫자만 인쇄 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대단하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의식주 해결은 물론 행복까지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현대사회에선 권력까지도 소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일자리를 통해서다. 때문에 국회의원과 같은 최상위 권력자들도 직을 걸면서까지 자식과 친척들의 일자리를 위해 나선다.

생계의 원천인 돈을 벌기 위해 누구나 좋은 직업을 가지길 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불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 최저임금은 근로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1890년대에 뉴질랜드서 시작됐다.

근로자, 즉 인력이 넘치면 임금은 낮아진다. 때문에 고용자는 시장 원리로 낮은 가격에 인력을 쓸 수 있지만 막상 근로자의 삶은 팍팍해진다.

최저임금제는 노동 착취를 방지하는 효과를 갖는다. 최저임금제를 통해 어린이, 노인, 장애인, 외국인 등 약자 계층에 대한 보호는 물론 반인륜적 인권 침해도 막는 셈이다.

13일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5.1% 높은 금액이다.

# 결정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후폭풍도 예고되고 있다. 올해도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됐다. 한쪽은 한국 최저임금은 아시아 국가 중 1위인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도소매업·음식숙박업과 임시·일용직 고용이 감소하는 등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선 한국 최저임금은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최저임금이 5% 인상돼도 실질 인상률은 0.6%밖에 되지 않으며 20%나 인상해도 실질 인상률은 7.1%에 불과했다는 근거를 내세운다.

한쪽에 손을 들어주기 곤란할 정도로 확실한 논리와 명분이 팽팽히 맞붙었다. 누가 옳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문제 삼는 건 최근 몇 년 동안의 급격한 인상이 사회와 일자리 시장에 던진 충격이다.

2017년 전년 대비 7.3% 상승한 6470원을 기록했던 최저임금은 2018년 무려 16.4% 급증한 7530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도 두 자릿수(10.9%) 증가한 835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고용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2020년에는 2.87% 상승한 8590원, 2021년에는 역대 가장 낮은 인상율(1.5%)인 8720원에 그쳤다.

# 임기 2년 동안 10% 이상의 급격한 인상에 현장에선 “유래 없는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가 있었던 2010년을 제외하고는 5~6%(5.21%)대였다. 박근혜 정부 역시 7.4%의 평균 인상폭을 거쳤다.

노태우 정부 때 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3.76%, 김영삼 정부 때 8.12%, 김대중 정부 8.9%, 노무현 정부 10.63% 평균 인상률을 보였다. 최저임금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현 정부 5년(2018∼2022년) 동안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은 7.2%다.

평균으로 보면 현 정부와 이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폭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초반의 급격한 인상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준비도 하지 못한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그때 발생한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정부 출범이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까지 겹쳤다. 이에 취약 업종일수록 고용이나 노동시간을 줄여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미 도·소매업은 다수 사업장에서 고용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한편, 고용과 노동시간을 모두 줄여 인건비 부담 충격을 완화한 곳도 상당하다.

급기야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대 3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동 수요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근로자의 임금은 올라야 한다. 아파트값도, 학원비도, 과자값도, 교통비도 시간이 지나면 오르는데 왜 임금은 그래선 안되는가.

하지만 시장의 여건을 수용한 채 순리대로 진행됐었더라면, ‘일단 올리고 보자’는 급진성이 배제됐었다면 지금과 같은 충격파가 있었을까.

급격한 변화는 위험하다. 특히 경제정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된 경제정책은 국민들의 생활을 몇 년 뒤로 후퇴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된 상태에서 최선을 찾아야 한다.

“하면 된다”, “우리가 정하면 결국 따라올 것이다”라는 돈키호테식 발상은 사회는 물론 후손들마저 위험에 빠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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