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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선조 3>

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선조 3>

기사승인 2021. 07. 2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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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겨울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경복궁 경회루 연못과 임금의 침전인 강녕전.
<선조>
3. 雪後偶成漫語 눈이 온 뒤 우연히 이런저런 말로 짓다
雪花大如席 소복이 내리는 눈꽃이 마치 방석만 하고
遠近皆光白 가깝고 먼 곳이 모두 흰빛으로 물들었네
千林玉作枝 나뭇가지마다 쌓인 눈 마치 옥으로 빚은 듯
世界銀爲厥 세상이 눈이 부실만큼 온통 은세계가 되었네
幽人對樽酒 조용한 곳에서 사람은 술동이를 마주하고
淸風灑亂雪 맑은 바람에 하얀 눈이 어지럽게 흩어지네
獨酌還獨歌 홀로 술 마시다 다시 홀로 노래하니
浩浩天地窄 넓고 넓은 하늘과 땅이 좁게만 느껴지는구나
人生在世間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 한 세상에
豈足追悲樂 어찌 슬픔과 즐거움만을 좇는 것인가
無思且無慮 근심도 생각하지 말고 또 걱정도 잊으며
更進杯中物 술 한잔 마시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선조
경복궁 근정전 월대 돌난간의 기둥에는 상서로운 동물인 서수들로 장식돼 있다.
<해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왕세자로 책봉된 광해군은 분조(分朝·임진왜란 때 임시로 세운 조정)를 통해 전쟁을 극복하려고 온 힘을 다해 일본과 싸웠다. 다행히도 선조가 나라 잃은 패망감과 허무감에 빠져 매일 술로 외로움과 허전함을 달랠 때 광해군과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에게 한 줌의 희망을 주었다. 선조는 왕으로서 무기력하고 무능했지만, 이 당시에 활약한 신하들은 조선에서 제일가는 인재였다.
이황을 비롯하여 이이, 정철, 이산해, 류성룡, 이덕형, 이항복, 이원익 같은 문신들과 권율, 이순신 같은 무신들이 그의 시대에 등장했던 인물이었고,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이 선조의 어의였다. 이처럼 선조는 유능한 인재를 많이 두었지만, 왕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 한 임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후우성만어(雪後偶成漫語·눈이 온 뒤 우연히 이런저런 말로 짓다)’라는 제목의 이 시는 《선조실록》이 아닌 《광해군수필첩》에 실린 작품이다. 사실 시의 내용으로만 보면 말 그대로 방석만 한 함박눈이 내린 후 온통 흰빛으로 물든 세상을 바라보며 시인으로서의 감성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선조는 이 5언 율시를 지을 당시 전쟁으로 인해 의주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백성의 아픔과 조선의 운명을 걱정하는 국왕이 아니라 술에 의지하며 전쟁의 참상을 외면하고 자연인으로서 살고 싶은 비겁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글/사진 이태훈. 에디터 박성일기자 rnopark99@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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