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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호황에도 ‘니탓내탓’… 조선·철강 ‘샅바싸움’ 어떡하나

[취재후일담] 호황에도 ‘니탓내탓’… 조선·철강 ‘샅바싸움’ 어떡하나

기사승인 2021. 07.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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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해운·조선·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이어진 영향입니다. 경기 회복으로 해운 물동량이 늘면서 선박 수주가 급등했고, 조선업이 살아남과 동시에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감산과 수출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철강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게 조선업계의 전언입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발주량이 최대치를 찍었지만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를 만들어도 손해가 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조선해양은 약 9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입니다.

회사는 어닝쇼크의 이유로 선박용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 등 강재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된 점을 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또한 같은 이유로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모처럼 만의 호황에도 조선업계가 기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만난 한 철강사 관계자는 “과거 몇 년간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어온 것을 감안해 철광석 가격 상승에도 손해를 보며 후판 가격을 동결해왔다”며 “조선시황이 살아나 가격을 올리는 것인데 저가 수주는 떼놓고 후판 가격 상승을 이유로만 드는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후판값 인상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화’ 단계라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또한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7월 31일 기준 톤당 108.87달러였지만 올해 7월 23일 기준 톤당 209.9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1년 새 100달러가 오른 셈입니다. 철강업계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업계 간 가격을 둘러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후판 가격 협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통상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합니다. 통상 7월이 되기 전 마무리됐어야 할 협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한 편에 설 생각은 없습니다. 양측의 입장 모두 타당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양측의 줄다리기가 오랜만의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철강과 조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입니다. 조선사 수요가 살아나면 철강사들도 이득을 누리는 반면 조선업황이 침체되면 철강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양측이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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