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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수사조력자가 유출한 자료 압수·파기 지시한 검사…대법 “무죄”

[오늘, 이 재판!] 수사조력자가 유출한 자료 압수·파기 지시한 검사…대법 “무죄”

기사승인 2021. 07. 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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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벌금 700만원→2심 무죄→대법 무죄 확정
1심은 "압수물 파쇄 승낙해 범행 가담"…대법 "범죄 증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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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조력자 역할을 한 경제사범이 수사자료를 유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받은 뒤 ,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검사에게 공용서류손상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은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기소된 검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검사는 2007년 검사로 임관해 2016년 1월부터 모 검찰청의 금융조사부에서 근무했다. 금융조사부로 이동한 A검사는 2014년 4~5월 발생했지만 범행 전모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가 중단된 ‘B주식회사 주가조작’ 사건을 재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 진척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세조종 수법과 관련한 주가조작 가담자의 진술이 절실했다. 이 과정에서 A검사와 E수사관은 경제 사범으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C·D씨가 B주식회사의 실소유주인 F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C·D씨는 금융, 법률에 상당한 지식을 갖춘 인물들로 주가조작 자금흐름을 분석해 주는 등 검찰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

C·D씨는 구치소와 검사실을 오가며 수사에 협조했고, E수사관은 종종 이들에게 자료를 구치소에서 정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D씨가 F씨에게 ‘내가 학교 선배인 A검사를 설득해 선처를 받게해줄테니 23억을 달라’고 하는 사기·알선수재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불거졌다.

F씨는 알선수재와 관련해 조사를 받으면서 ‘D씨가 외부에 수사자료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사 상황을 떠들고 다닌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사건의 긴급성을 확인한 A검사와 E수사관은 D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E수사관은 D씨의 압수수색한 자료를 폐기할지 여부를 A검사에게 물었고, A검사는 ‘그렇게 하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 이 중 일부 자료는 수 개월간 방치됐다가 A검사가 자리를 옮기며 전부 파쇄됐다.

검찰은 A검사가 수사자료 유출 사정이 알려지면 책임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파쇄해 공용서류를 손상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밖에도 A검사가 경제 사범인 C·D씨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압수물 중 F씨의 진술조서를 파쇄한 부분만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술조서 출력본은 원본이 아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된 공적 서류가 아니기 떄문에 파쇄한 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적긴하다”면서도 “A검사는 공용물건인 압수물을 손상하려는 수사관의 행위에 승낙 또는 동의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A검사는 “진술조서를 출력해 D에게 넘긴 순간부터 해당 서류가 공용서류로서의 성질을 상실했고, 공무서에서 사용하거나 보관하기 위함이 아니라 파쇄를 목적으로 회수해 온 것으로 공용서류손상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2심은 A검사가 파쇄를 승낙한 행위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진술조서 출력물 파쇄를 승인함으로서 E씨와 공모해 공용서류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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