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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짝발’ 딛고 환한 미소 지은 우상혁, 한국 육상에 새 희망 심다

[도쿄 올림픽] ‘짝발’ 딛고 환한 미소 지은 우상혁, 한국 육상에 새 희망 심다

기사승인 2021. 08. 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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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우상혁 한국신기록<YONHAP NO-3676>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높이뛰기 결선에서 한국신기록 2.35미터를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
마지막 3차 시기, ‘2m39’라는 불가능할 것 같은 높이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한 청년의 얼굴은 비장함 보단 미소로 가득했다. 앞선 두 차례 실패에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는 도움닫기 직전까지 관중의 함성을 유도하며 대회를 즐겼다. 비록 도전엔 실패했지만 승리자였다. 올림픽 높이뛰기 종목에서 한국 선수로는 4반세기 만에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의 이야기다.

우상혁은 지난 1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으며 전체 13명 가운데 4위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1997년 6월 20일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이진택이 넘은 이후 24년 동안 멈춰 있던 한국 기록(2m34)을 갈아치웠다.

이날 성적으로 한국 육상 트랙·필드 ‘8위의 벽’도 허물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이진택은 예선에서 2m28을 넘어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 2m29를 기록해 8위에 올랐다. 앞서 1984년 LA 대회 남자 멀리뛰기 김종일과 1988년 서울 대회 여자 높이뛰기 김희선도 8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림픽 시작 전까지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2m31이었다. 그러나 도쿄에서 자신의 기록보다 무려 4㎝나 더 높이 날아올랐다. 2m37에 실패하고도 환하게 웃으며 “괜찮아”라며 포효했던 이유다.

그는 “높이뛰기 선수가 자기 키(우상혁의 키는 188㎝)에서 50㎝ 이상 뛰어오르는 것은 마의 벽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2m38을 평생 목표로 잡았는데, 올림픽에서 2m37에 도전한다는 거 자체는 말이 안 되고 꿈 같았다”며 “근데 솔직히 넘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져 ‘괜찮아’라고 말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짝발’과 상대적으로 작은 키 등 불리한 상황도 자신의 의지로 극복해냈다. 그는 여덟 살 때 택시 바퀴에 오른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해 오른발(265㎜)이 왼발(275㎜)보다 작다. 키는 188㎝로 높이뛰기 선수 중에는 작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대회 한달전부터 하루 한끼를, 그것도 적게 먹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181㎝의 키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승한 스테판 홀름(스웨덴)을 좋아하는 우상혁은 “처음에는 양발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한 덕분에 지금은 짝발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4위로 메달권에 근접한 우상혁은 3년뒤 파리 대회에서의 우승을 다음 목표로 정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며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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