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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생의 길’ 마련한 지방 정부의 힘

[칼럼] ‘상생의 길’ 마련한 지방 정부의 힘

기사승인 2021. 08.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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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성동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강남, 홍대를 거쳐 이곳으로 왔습니다. 다시는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고 싶지 않습니다.”

2014년 성수동 일대의 도시재생 사업 당시,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다. 이 한 마디가 성동구의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의 시작이 됐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지 못하면 도시재생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성수동의 도시재생을 추진해 왔다. 소상공인의 요구와 구의 정책적 판단이 합쳐진 결과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했고,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9%에서 5%로 인하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의 개정에도 힘을 보탰다.

‘젠트리 닥터’를 자처하며 해결을 위한 7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지난 달 ‘지역상권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동네의 가치를 높인 사회적 혁신가·예술가·상인 등이 임대료 폭등으로 정작 지역의 상승된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동구의 조례가 끝내 입법화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역상권법’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우려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임대료 안정화· 임대차 기간 조정 및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을 체결하게 했고, 이를 토대로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지역상권 ‘보호’와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 성동구 조례의 ‘지속가능발전구역’은 지역상권법에서도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됐다. 법은 동시에 각 구역별로 젠트리피케이션 유발 업종의 입점을 사전 심사하거나 임대차계약 협약체결을 지원하고, 교육·경영지원 등 특성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상권의 보호와 활성화를 함께 대비하도록 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 유발 가능성이 큰 업종의 입점을 사전 심사하는 성동구 조례 속 ‘상호협력 주민협의체’는 소통하는 민관협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지역의 특색을 잃지 않고 발전을 지속시킬 수 있는 완급장치 역할을 해낸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역상생협의체’라는 명칭으로 지역상권법에도 반영됐다.

따라서 ‘지역상권법’은 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쉽게 해결할 수 없었던 이 시대의 숙제를,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과 ‘공유와 협업’이라는 상생의 원칙을 바탕으로 장기간 주민과 함께 고민해 이루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된 성수동 지역이 조례 제정 취지인 상권의 보호와 활성화가 동시에 가능함을 오늘날까지 보여주고 있듯, ‘지역상권법’으로 전국의 ‘우리 동네’가 제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꿀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이와 함께 주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는 지방정부의 ‘현장 중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지역상권법’ 제정이, 서른 살 넘은 지방정부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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