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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아프간 사태로 본 한국의 안보

[이효성 칼럼] 아프간 사태로 본 한국의 안보

기사승인 2021. 08.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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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아프간 사태로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 우려에 불을 당긴 사람은 티센(Marc Thiessen)이라는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다. 그는 아프간이 탈레반에 의해 붕괴되자 재빠르게 8월 16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만일 남한이 이런 류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으면 미국의 지원 없이는 아주 빨리 붕괴할 것”이라며 “우리 없이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 동맹은 거의 없다”고 단정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올린 것은 아프간 침공에 책임이 있는 부시 정부의 일원으로서 자신들의 아프간 침공과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고, 아프간 붕괴는 미군 철수 때문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고, 자신들의 결정으로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엄청난 전비(2조 달러)를 낭비하고 많은 미군이 희생(2448명)된 데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속셈에서다. 그래서 그는 엉뚱하게 한국을 끌어들여 미군 없이는 한국도 바로 붕괴할 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비교와 주장은 한국의 국방력과 한국군 더 나아가 한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곧 붕괴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군사력을 포함하여 한국의 국력과 방위 태세를 너무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게다가 그의 주장은 미군이 순전히 한국을 위해서 주둔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 점은 “미군이 없으면 남한은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미군을 철수하면 된다”는 그의 언명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 어두운 경박한 주장이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미국에게 ‘린치핀(핵심축)’으로서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나,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과의 협력의 필요성은 안중에 없다. 미 의회가 주한 미군을 함부로 철수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정한 사실이나, 유럽과 중동의 미군을 인도태평양의 거점에 재배치하려는 미군의 새로운 전략은 모르는 듯하다. 그런 이가 한때나마 미 정부의 요인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군의 해외 주둔은 미국의 국익-실은,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따른 것이다. 미군의 아프간 침공과 주둔도 마찬가지다. 빈 라덴을 제거하고, 아프간에 탈레반 대신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9·11 테러에 대한 복수심과 군산복합체의 부추김으로 아프간의 현실도 제대로 모른 채 무력만을 앞세워 성급하게 침공했다가 20년 동안 수렁에 빠져버렸다. 이를 바이든 정부가 과감하게 끝낸 것이다. 결국 아프간 침공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 정부나 군부나 정치인이 어떻게 말하든 동맹국에의 미군 주둔은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맹국의 안보는 이차적이다.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미군을 주둔시킬 이유가 없고 주둔시켰다 하더라도 그 판단이 바뀌면 언제든지 철수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미 주둔군의 철수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나가라고 해도 쉽게 나가지 않는다. 그 한 예가 한국이다.

아프간에서 미군의 철수와 아프간 정부의 붕괴의 교훈은 나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한말의 쓰라린 경험에서 이런 교훈을 이미 얻었지만 다시 한 번 단단히 새겨야 한다. 더구나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은 북한만이 아니다. 자주 국방을 위해 우리는 전시작전권을 미군에 주는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방위 산업을 진작시키고, 방위비를 늘리고, 방산 비리를 척결하고, 군사력 특히 현대전의 핵심인 해·공군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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