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관심 넘어 돌봄의 사회로

기사승인 2021. 09. 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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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성남시장
은수미 성남시장
은수미 성남시장.

성남/아시아투데이 엄명수 기자 = 성남시는 2년 6개월의 노력 끝에 지난 8월 유니세프(UNICEF)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이는 시가 아동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돌봄에 있어 최선을 다해왔 는 노력을 비로소 인정받게 돼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 전반의 아동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인증’이 필요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 한편 마음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 6월 시는 판교대장초등학교 내에 ‘학교돌봄터 1호’를 설치해 현재 3명의 돌봄교사가 4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안타까운 건 대기인원만도 30명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성남의 다함께 돌봄센터의 경우 2019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13곳을 운영하고 내년까지 32곳으로 확대한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다.

평일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최상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센터 내 어린이식당은 맞벌이 가정의 최대 고민거리인 아이들의 식사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모 잡지와 인터뷰에서 성남시는 밀키트가 아닌 조리사가 직접 요리해준다는 이야기에 그 기자는 깜짝 놀라워했다. 그만큼 아이들을 위해서 만큼은 정성의 정성을 다하고 있다.

또한 보육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운영 중인 국공립 어린이집 88곳을 내년까지 101곳으로 확충하고, 8월 말 기준으로 31.9%인 이용률을 내년까지 40%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돌봄이 안정되면 양육자가 밖에 나가 안정되게 일할 수 있고 경단녀 재취업, 다함께 돌봄센터 보육교사와 식당 근무자 등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또한 돌봄 위기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 주체가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이 아닌 공공이 일정 부분 책임진다는 의미가 있다.

필자에겐 돌봄(care)이란 무관심(carelessness)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물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지금껏 돌봄은 올곧이 개인과 가족의 몫이었다. 특히 여성에게 지워진 것이라는 가부장적 인식과 함께 주류 경제학에서 돌봄노동은 비생산적 활동으로 치부되어 이는 곧 돌봄과 돌봄노동에 대한 평가절하와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낳는 아이 수)은 0.84명으로 OECD 가운데 0명대를 기록한 유일한 나라로, 이를 극복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그러나 정작 경제학에 돌봄은 없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면 이는 GDP를 증가시키는 경제활동이지만 정아은의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에서도 지적했다시피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은 노동이 아닌 지극히 당연한 그 무엇으로 여겨진다.

이에 관해 돌봄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슴’과 함께 작동한다고 역설한다. 무급 돌봄노동은 단지 시장교환의 형태를 띠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과되고 있는 ‘생산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돌봄노동 수행과 비용 분담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하여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충남대 윤자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급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해 본 결과 남성은 최대 14조3000억원, 여성은 41조9억원에 이른다. 이는 GDP(2019년 1919조400억원) 대비 최대 3%에 해당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돌봄의 경제적 가치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가사와 돌봄을 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의 생산활동 뒤에는 돌봄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치가 결코 적지 않은) 헌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아동 돌봄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돌봄은 결코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돌봄이 없이는 가족과 기업, 사회와 국가도 없다. 무관심 사회를 넘어 돌봄 사회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며 이는 성남시가 돌봄에 집중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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