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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꿀과 독침, 벌의 두 얼굴

[칼럼] 꿀과 독침, 벌의 두 얼굴

기사승인 2021. 09.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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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소방청 차장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에 해당하는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벌의 수분(受粉)에 전적으로 의존해 열매를 맺는다. 약 12만 종의 벌 가운데 수분기능을 하는 벌은 20~30%에 불과하고 수분비행은 벌들의 먹이활동이지만, 이를 통해 많은 식물이 번식하고 그 열매는 동물과 인간에게 식량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벌은 인류와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이로운 곤충이지만, 때로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인 6일 경기도 파주에서 벌초에 나섰던 50대 남성이 벌에 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앞서 5일에는 전남 여수에서 가족과 함께 벌초를 하던 70대 남성이 벌에 쏘여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한 뒤 신속히 병원에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최근 3년 간 전국의 벌쏘임 사고로 인한 119 출동 건수는 연평균 5660여 건이고, 이송환자 중 매년 평균 8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벌쏘임 사고는 7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8~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추석 전 30일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벌초·성묘를 위해 이 기간에 산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쏘임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벌에 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누군가는 벌에 쏘인 부위에만 통증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거나 위경련, 자궁수축,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할 경우 인두·후두나 기도 위쪽이 부으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이를 ‘과민성 쇼크’(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각자 몸의 면역 체계와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벌독에 민감한 사람 즉, 벌독 알레르기가 심각한 사람은 벌에 쏘이면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 병원진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해 벌독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해 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벌쏘임 사고가 많아지는 시기인 7~9월 소방청은 ‘벌쏘임 사고 예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7월 29일‘벌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하였고, 벌쏘임 신고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 7일‘경보’로 격상했다. 전국 소방기관에서는 벌집 제거 구조출동 및 벌 쏘임 환자 구급출동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과민성 쇼크’환자 발생에 대비해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을 구급차에 구비하고 출동한다. 구급대원의 약물투여는 2019년 7월부터 시행 중인 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에 따른 것이다.

2017년 UN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한 것은 벌이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 속에서 지난해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은 어렵겠지만 같은 보름달을 보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할 수 있는 따뜻한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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