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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00은행으로 가보세요” 2금융 내몰리는 대출 실수요자

[취재후일담] “00은행으로 가보세요” 2금융 내몰리는 대출 실수요자

기사승인 2021. 09.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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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증명)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30대 김 모 씨는 가장 먼저 주거래은행을 찾았습니다. 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은행 직원으로부터 대출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대출이 꼭 필요하다는 김 씨의 말에, 은행원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냅니다. “저기 00농협으로 한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 직원들이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안내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반기에도 대출 한도가 가득찬 시중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가계대출 비중이 적어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으로 고객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8월 이후에는 지방은행, 외국계은행도 대출 관리에 나서다보니, 상호금융·저축은행을 추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역농협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주변에 많기도 하고, 건전성 등을 고려해도 고객들이 1금융권 은행과 비슷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거부감이 크진 않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최근 농협은행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가계대출을 중단하자 주변 시중은행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탓으로 풀이됩니다. 농협은행이 강도 높은 대출 관리에 나선 이후 국민은행 대출 증가율이 갑자기 높아졌고, 이에 이달 29일부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등의 한도를 축소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일부 대출모집법인 관련 한도가 소진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다가올 10월은 이사철이라 대출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은행들은 대부분 분기별, 월별로 대출총량을 관리하다보니 대출을 적극적으로 내줄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 신규취급액 37조 7165억원 중 절반 가까운 규모(46.53%)인 17조 5499억원이 신용등급 1~2등급 고객의 대출이었습니다. 다만 2금융권은 아무래도 금리가 시중은행보다는 비쌉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평균은 2.99%였지만, 상호금융(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은 3.19% 수준이었고 저축은행은 13.87%에 달했습니다. 8월 기준금리가 인상됐기 때문에, 금리 차이는 더 커졌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출 규제는 더 엄격해질 것 같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실수요자가 특히 많은 전세대출에 대해 세밀하게 검토하겠다면서도, 금리나 조건이 유리하다는 점도 언급하며 규제 수위를 높일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규제가 더 세지면, 결국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은 더 비싼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유동성 관리도 중요하지만, 실수요자를 고려한 정책자금 대출을 늘리는 등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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