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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나뭇잎들의 변색과 단풍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나뭇잎들의 변색과 단풍

기사승인 2021. 10.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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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가을에 보이는 가장 뚜렷한 자연의 변화는 서늘한 날씨와 함께 나타나는 잎들의 변색이라 할 수 있다. 가을이 되어 기온이 낮아지면 활엽수의 잎들은 변색하는데 이른 것들은 9월 중순경부터 시작된다. 낙우송은 잎들이 전체적으로 갈색으로 변한다. 느티나무나 은행나무의 잎들 또한 전반적으로 옅어져 연록색이 되어간다. 벚나무, 철쭉, 담쟁이, 화살나무, 불두화 등의 경우는 일부의 잎들에서 붉은빛으로 변색이 일어난다. 상록수인 남천의 일부 잎들도 초가을부터 붉게 변한다. 그러나 9월에는 나뭇잎들 전체에 변색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10월이 되어 날씨가 더 차지면 나뭇잎들의 변색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하루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변색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때부터 활엽수는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데 그 첫 번째 준비가 바로 나뭇잎에 물의 공급을 차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나무는 잎과 잎자루 사이에 떨켜를 만든다. 그러면 수액이 나뭇잎에 공급되지 않아 나뭇잎이 마르면서 변색이 일어났다가 더욱 마르게 되면 나뭇잎은 조락하고 나무는 나목으로 겨울을 나게 된다.

나뭇잎에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나뭇잎의 초록색을 구성하는 색소며 광합성을 주도했던 잎파랑이들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기존의 것들은 파괴되어 버린다. 그러면 잎파랑이들에 가려서 색을 드러내지 못했던 광합성의 보조 색소들이나, 떨켜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해 잎 속에 남게 된 물질들(주로 당분)이 변해서 된 새로운 색소들의 색이 드러나게 된다. 이것이 가을에 나뭇잎들이 변색하는, 즉 단풍이 드는 원인이다. 보조 색소로는 카로틴(오렌지색소)과 크산토필(노란색소)이 있고, 나뭇잎 속의 잔류 물질이 변한 색소로는 화청소(花靑素, 안토시아닌)와 타닌(갈색소)이 있다.

단풍은 어느 한 가지 색으로 물들기도 하지만 여러 색깔이 섞여 물들기도 한다. 단풍나무나 붉나무나 옻나무의 잎들처럼 당분이 많아 화청소가 많이 만들어진 경우에는 주로 붉은색으로, 참나무과나 칠엽수의 잎들처럼 타닌이 많이 만들어진 경우에는 갈색으로 단풍이 든다. 그러나 나뭇잎들 속에는 보조 색소로서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조금씩 있는데 이들이 작용하여 은행나무처럼 노란색으로 물들이거나 이들이 화청소와 함께 어울려 나뭇잎을 주황색이나 주홍색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단풍이 아름답게 들기 위해서는 단풍이 들기 시작할 무렵의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단풍이 잘 들려면 기온이 천천히 내려가되 일교차가 크고 영상(零上)의 범위에서 가급적 낮아야 하며 동시에 날씨가 맑아 햇빛이 많이 비치고 대기가 건조해야 한다. 단풍이 들 무렵 흐린 날이 많고 비가 자주 오고 습도가 높으면 단풍이 예쁘게 들지 못한다. 또 기온이 천천히 떨어지지 않고 너무 갑자기 떨어져버리면 나뭇잎들이 제대로 단풍이 들지도 못한 채 낙엽으로 져버린다.

단풍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산기슭으로 하루에 약 40m씩 내려가고, 북녘에서 시작하여 남녘으로 하루에 약 25㎞씩 퍼져간다. 남한에서는 설악산과 오대산의 산봉우리에서 대체로 9월 하순부터 단풍이 시작되어, 10월 상순에는 치악산과 소백산을 거쳐 10월 중순에는 속리산, 주왕산, 지리산 높은 곳에 그리고 10월 하순에는 북한산, 내장산, 지리산 낮은 곳에 이르고, 11월 상순에는 남해안 지방과 제주의 한라산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리하여 9월 하순부터 11월 상순까지 한반도는 단풍으로 물든다.

한반도는 전체가 온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데다 갖가지 색으로 단풍이 드는 활엽수들이 다종이어서 단풍철에는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천자만홍의 금수강산이 된다. 활엽수의 나뭇잎들은 한봄부터 초가을까지 초록으로 광합성을 열심히 하다가 마지막은 형형색색으로 물든 후 낙엽으로 진다. 분투해온 자기 생애의 최후를 화려하게 불사르고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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