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탄 한 장이 가져다주는 행복

기사승인 2021. 10. 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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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태 한국폴리텍대학바이오캠퍼스 교수
권순태 팀장
권순태 한국폴리텍대학바이오캠퍼스 교수
한겨울 매서운 한파가 극성을 부리면 독거세대 어르신들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세대일수록 겨울나기가 힘이 든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비가 많이든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도시가스가 주 연료로 예전처럼 힘들게 연탄 갈 걱정도 없고, 등유보다 상대적으로 싼 연료 덕분에 국민들의 겨울나기는 과거에 비해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연탄에 의존해 겨울을 나는 서민들이 전국적으로 1.7%인 30만 가구나 된다. 문제는 연탄 외에는 겨울날 방법이 없는 ‘에너지빈곤층’이다.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본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서울 3000여 가구 등 전국적으로 지원 없이는 연탄조차 땔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의 극빈층 가구도 많아 안타깝다.

에너지빈곤가구는 난방 · 조명 · 조리 등을 위해 지출하는 에너지비용(광열비)이 가구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일컫는다.

광열비에는 전기·가스·장작·숯·석탄·석유·성냥·건전지 등 연료와 관련한 지출이 포함되는데, 에너지빈곤가구는 작년 말 현재 130만여 가구로 추산된다.

TV에 나온 어느 독거노인이 연탄 한 장을 아끼려고 위, 아래의 구멍을 잘 안 맞추고 있었다. 그래야 불이 천천히 붙어 조금 오래 갈 수 있다는 이유다.

연탄 한 장의 소매가격은 500원. 그 500원이 매서운 한파 속에서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며 따스함의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대전 용전동에서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한 아저씨는 겨울철만 되면 달동네 사람들을 위해 힘든 연탄배달을 자원하고 있다.

고지대까지 연탄배달을 하다 보면 시커먼 얼굴에 온몸이 쑤시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으로 땀을 흘리시는 그분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연탄 한 장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생각해본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 한 장도 벌벌 떨면서 추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바로 이웃에 있건만, 아랑곳없이 대형 아파트와 호화주택에서 실내온도를 잔뜩 높여 놓고 런닝셔츠를 입고 사는 졸부들도 많다.

겨울철 전기 수급 비상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겨 마구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람들은 진정 무엇이 소중한지를 모르는 경우다.

우주의 은혜로 세상에 태어나서 독불장군으로 살 순 없다.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감사해야 할 소중한 선물이다. 햇빛을 비롯하여 세상 만물의 은혜로 잘 살고 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한 번만이라도 연탄처럼 뜨거운 사람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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