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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코미디 대통령

[아투 유머펀치] 코미디 대통령

기사승인 2021. 10. 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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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 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대통령이 된 두 핵심 인물인 전두환과 노태우에 대한 숱한 유머를 탄생시켰다. 우선 전두환과 이주일의 공통점에 관한 것이다. ‘데뷔년도가 같다(1980년). 대머리다. 축구를 좋아했다. 돈벌이 업소의 이름이 푸른색이다(청와대와 초원의집). 웃기는 사람들이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한 사람은 자신이 웃기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이었다.

삼행시도 있었다. 전: 전 대머리입니다. 두: 두발이 없다는 뜻입니다. 환: 환장할 노릇이지요! 노: 노태우입니다. 태: 태우라고도 하죠. 우: 우습죠? 저승길 식당 유머에는 박정희와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등장한다. 문민정부를 이루어낸 YS에 대한 부정적 표현은 IMF 금융위기 초래와 아들의 국정개입에 관한 세간의 비판을 담은 것이었다. 고령의 생존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지않아 ‘황천반점’에 들렀을 때를 가정해본다.

저승 길목의 식당에 들어서니 종업원이 출입구 옆 구석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그때 안방 문이 열리고 화려한 요리상이 들어가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근엄하게 좌정하고 있었다. “같은 대통령 출신인데 왜 이리 차별을 하느냐”고 따졌더니, “앞서 온 노태우 전 대통령은 배달을 나갔다”며 코웃음을 치는 것이었다. 내친 김에 “그럼 YS는 어느 방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주방에서 양파를 까고 있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첫 별명은 ‘돌머리’였다. 대머리에다 독재자의 강한 인상 때문이었지만, 실제로는 두뇌가 비상했다고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명은 ‘물태우’였다. 하지만 본인도 그것을 웃으며 용인했고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10.26’에 타계한 노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 동안 그의 전환기 리더십인 ‘직선제 수용’과 ‘북방정책 결행’에 대한 호평이 싱거운 별명을 지웠다.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국민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MBC 라디오의 ‘삼김퀴즈’와 ‘대통퀴즈’가 전파를 탈 때는 그나마 낭만의 시대였던가. 요즘은 1980년대 권위주의 시절에도 흥행했던 ‘유머 1번지’ 같은 시사풍자가 없다. 정치적 풍자와 해학에 인색한 권력자들의 협량이 원인이거나 더 이상 코미디가 필요 없는 세태 탓일 것이다. 정치인들이 생중계로 보여주는 언행 그 자체가 더없는 막장 코미디극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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