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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필리핀 마약전쟁 조사유예’에 피해자 가족들 분노

ICC ‘필리핀 마약전쟁 조사유예’에 피해자 가족들 분노

기사승인 2021. 11. 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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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CRIMES-/PHILIPPINES <YONHAP NO-4583> (REUTERS)
필리핀에서 벌어진 ‘마약과의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아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노미타 로페즈씨의 모습./제공=로이터·연합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조사를 유예하자 희생자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자국 차원에서 조사할 것이라 밝힌 데 따른 것이지만 유가족들은 “필리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ICC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벌어진 ‘마약과의 전쟁’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필리핀 정부가 ICC의 조사를 유예시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이같이 반발했다. 앞서 ICC는 지난 20일 필리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마약과의 전쟁 조사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필리핀 정부는 ICC에 “국가의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만 ICC가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필리핀은 그렇지 않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필리핀 정부는 최근 마약과의 전쟁에서 경찰이 가학행위를 저지르거나 공권력을 남용한 52건의 사례를 확인하며 전면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필리핀 정부의 조처에 국제인권단체들과 피해자 유가족들은 “필리핀 정부의 계략”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정부가 52건의 사례를 조사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이례적이지만, 각국 정부가 ICC가 조사하려는 행위에 대해 같은 조사와 처벌을 진행할 경우 ICC에 조사 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아들이 희생된 미타 로페즈는 ICC의 조사 유예 소식을 접한 후 로이터에 “화가 난다. 필리핀 정부는 ICC의 조사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잃은 로레 파스코 역시 “정부는 왜 이제서야 조사를 하느냐. ICC에 동요했기 때문인가”라며 “(필리핀 정부는) 2016년 살인이 시작됐을 때 바로 수사에 착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과의 전쟁으로 희생된 유가족들은 ICC의 조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의 대변인인 크리스티나 콘티는 “ICC가 필리핀 당국의 조사가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님을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고, 경찰관에 의해 살해된 고등학생 키안 델로스 산토스의 삼촌 역시 “유가족들은 ICC를 희망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주도해온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만약 누군가 감옥에 가야 한다면 그것은 나일 것이다”라며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6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이 아닌 국제법정에서는 결코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내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두테르테가 상원의원에 출마하고 후임 대통령과 정치적 교섭을 통해 면책 특권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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