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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석유탱크가 문화기지로...폐산업시설에 핀 예술꽃

[여행] 석유탱크가 문화기지로...폐산업시설에 핀 예술꽃

기사승인 2021. 11. 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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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여행지
여행/ 선유도공원
선유도공원은 폐정수장을 재활용한 친환경 생태공원이다. 역사적 산업 시설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자연과 함께, 다시 태어난 여행지

쓸모없어 버려지는 것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 업사이클링이다.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게 화두가 됐다. ‘업사이클링 여행지’도 있다. 용도가 다한 낡은 시설이나 건물을 활용한 곳, 훼손된 자연과 환경을 되살려 친환경 여행지로 변신한 곳 등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렇게 다시 태어난 여행지 몇 곳을 추천했다. 단순 재생이 아닌 새롭게 부여된 역할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곳들이다. 거기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배울 수 있다.

여행/ 선유도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
선유도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 선유도공원

선유도는 원래 선유봉(仙遊峰)이었다. ‘신선이 놀던 산’으로 불릴 만큼 경치가 빼어났다. 진경산수화로 이름을 알린 조선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선유봉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여럿 남겼다. 일제강점기에 훼손이 시작됐다. 선유봉의 암석은 한강 제방 쌓기에 사용됐다. 1965년 양화대교가 놓이고 1978년 선유정수장이 생기며 절경은 완전히 사라졌다. 2002년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약품 침전지를 활용한 ‘수질 정화원’, 정수지의 기둥만 남긴 ‘녹색 기둥의 정원’, 침전지의 구조물이 온전히 남은 ‘시간의 정원’ 등이 인기 포토 존이다. 온실에선 한겨울에도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 정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취수 펌프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나루’는 한강 전망이 좋다.

여행/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 석유가 가득했던 탱크가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 문화비축기지

마포구 매봉산 인근에 마포석유비축기지가 있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여파로 시작된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산업 시설이었다. 아파트 5층 높이, 둘레가 15∼38m에 이르는 5개의 탱크에는 휘발유, 경유, 등유 등 6907만ℓ가 저장됐다.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양이었단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2000년 12월에 폐쇄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가 가까워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버려졌던 시설이 2017년 생태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가 됐다. 석유 보관 탱크들은 문화를 창출하는 ‘문화탱크’가 됐다. 탱크 안팎에서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사람들은 매봉산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며 도심 속 ‘힐링’도 체험한다.

여행/ 삼탄아트마인
삼탄아트마인 레일바이뮤지엄/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삼탄아트마인
폐광시설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삼탄아트마인/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정선 삼탄아트마인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되다 2001년에 폐광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자원을 활용해 꾸민 문화 예술 공간이다.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던 역사의 현장이 예술과 만났다. 150개국에서 수집한 예술품이 전시되고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옛 건물들은 전시실이 됐다.

마인갤러리, 레일바이뮤지엄이 돋보인다. 마인갤러리는 탄광 시설이 작가의 손을 거치며 새롭게 태어난 전시 공간이다. 광부 3000여 명이 3교대로 이용하던 샤워실은 몇 가지 오브제와 그림을 더해 독특한 전시실이 됐다. 작업용 장화를 씻던 세화장은 다양한 격자무늬 발판 아래 조명을 달아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거듭났다. 석탄을 캐 올리고 실어 나르던 조차장을 이용한 레일바이뮤지엄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수갱을 비롯해 탄차, 컨베이어, 레일, 광차 등을 볼 수 있다.

여행/ 활옥동굴 카약체험
활옥동굴의 하이라이트 동굴카약 체험/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활옥동굴
활옥동굴 ‘해양세계’ 빛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북 충주 활옥동굴

활옥동굴은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었다. 1900년 발견돼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개발을 시작했다. 한때 8000여 명이 일할 정도로 잘나가는 광산이었다. 값싼 중국산이 수입되며 낮아진 채산성으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광했다. 오랫동안 방치됐다가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동굴은 높고 넓고 깊다. 길이가 57km(비공식 87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과 교육장, 공연장, 건강테라피존 등이 들어섰다.

한나절 가족 여행지로 어울린다. 활옥동굴은 평균기온 11~15℃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하이라이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동굴을 유람할 수 있다. 동굴농원도 이채롭다. 갱도에 약 1200㎡ 공간을 마련해 온도에 민감한 고추냉이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와인저장고와 식초저장고, 동굴오락실도 있다.

여행/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그물놀이터’/ 한국관광공사 제공
◇ 울산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음식물 처리장이 복합 문화 공간이 된 사례다.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인 친환경 놀이 공간,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가족 중심 공동체와 문화 예술 활동 체험 공간을 지향한다.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가 상설 운영되는데 아이보다 학부모에게 환영받는다.

진가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이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청소년 건축학교’,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지구별 생존기’, 부자(父子)가 더욱 가까워지는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놀이캠프’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여행/ 제주 빛의 벙커
해저 광케이블 관리센터 였던 시설을 활용한 ‘빛의 벙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제주 빛의 벙커
미디어아트 전시장 ‘빛의 벙커’는 아이들도 흥미로워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제주 빛의벙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이다. 해저 광케이블 관리 센터였던 국가 기간 시설을 활용해 2018년 개관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단층 건물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마치 산의 일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빛의벙커는 개관 기념 전시로 그해 ‘구스타프 클림트―색채의 향연’과 2019년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을 열었다.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한다. 빔 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해 거장의 회화 이미지를 연출한다. 내부 공간의 겹치는 면과 선을 활용하면 색다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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