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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줄 땐 슬로비디오, 가져갈 땐 ‘빠름빠름~’…증권사의 ‘이기적인 금리전략’

[취재후일담]줄 땐 슬로비디오, 가져갈 땐 ‘빠름빠름~’…증권사의 ‘이기적인 금리전략’

기사승인 2021. 12. 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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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경제부)
1년8개월 간 이어졌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금리는 개인투자자와 연관이 높은 증권사 신용공여 이자율,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등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증권사들의 ‘이기적인 금리 전략’이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존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오른거죠. 시중은행들도 즉각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1일 현재 증권사들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요지부동입니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주식 거래나 펀드 가입을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발생한 수익률에서 직·간접비용(인건비, 전산비 등)을 뺀 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인데요. 증권사는 고객에게 3개월마다 일평균 잔액을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합니다.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투자자에게서 받은 예탁금을 예수금과 신탁, 두 가지 형태로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야 합니다. 증권금융은 예수금에 기준금리 수준의 이자를, 신탁에 자체 운용수익을 각각 계산해 증권사에 지급합니다. 증권금융은 지난달 25일 금융투자기관예수금 이율을 0.48%에서 0.68%로 올렸죠.

그럼에도 이용료율에는 변동이 아직 없는 모습입니다. 이는 지난해 금리 인하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에 금리장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3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췄는데요. 당시 증권사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을 신속하게 낮췄습니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모두 그랬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신용공여 이자율도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은 최근 신용융자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조달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죠.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기준금리에 연계는 되지만 산정 방식 등은 회사마다 다르고 한국증권금융을 통하다 보니 즉각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예탁금 이용료율은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만큼 고객 입장에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43개 증권사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로 올해 3분기 누적 863억1683만원을 지불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이자는 105% 증가했습니다. 개인투자자 덕에 수익은 급증했지만 내줘야 하는 이용료율이 대부분 0.10%대에 그친 결과죠.

증권사들은 저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경품 지급, 투자금 지원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지만 투자자에 대한 보호는 불공정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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