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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외이사 모셔야”…셈법 복잡해진 우리금융, 사외이사진 확대하나

“여성 사외이사 모셔야”…셈법 복잡해진 우리금융, 사외이사진 확대하나

기사승인 2021. 12. 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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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여성이사 '0명'
법 개정 따라 내년 8월까진 확보 필수
내달 주총서 유진PE추천 1명 선임 예정
과점주주 눈치싸움 속 이사진 확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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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과제에 직면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 중 유일하게 여성 이사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8월까지는 이사회에 여성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사외이사진은 현재 과점주주들의 추천 인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모두 내년 초에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점주주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새로운 과점주주인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 역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직접 여성 사외이사를 한명 더 추가 선임해 이사진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다음달 임시주총을 열고 유진PE 추천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유진PE는 우리금융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 입찰에서 4% 지분을 취득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대신 예보 추천 비상임이사는 제외된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공석인 푸본생명 추천 사외이사 1석을 포함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비상임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수석부사장 등은 사내이사에,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키움증권)·정찬형 전 포스코기술투자 사장(한국투자증권)·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등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홍태 예보 인사지원부장은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5대 금융 중 유일하게 여성 사외이사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 법인이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남성 또는 여성)로 구성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유예기간은 내년 8월까지로, 그전까지 우리금융은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여성 이사를 선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과점주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사내이사를 여성으로 올리기엔 인력풀이 없고, 사외이사는 모두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인사가 앉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내이사는 통상적으로 부사장급 이상이 선임되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여성 부사장급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원덕 수석부사장과 신민철·최동수·노진호·황규목·이석태·장석영 부사장 등 사내이사 후보는 모두 남성이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금융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새로운 과점주주인 유진PE가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다. 기존 과점주주들이 추천했던 사외이사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이사회 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PE는 현재 사외이사 추천 인력풀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유진PE가 남성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기존 과점주주들 중 최소한 한 곳에서는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과점주주들 사이에서도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 사외이사들은 통상적으로 6년의 임기를 갖는데,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모두 3년의 첫 임기를 수행 중이다. 어느 한 주주도 먼저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우리금융은 직접 여성 사외이사를 한명 더 추가 선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사진 규모가 확대되는 시나리오지만, 경쟁사인 KB·신한·하나금융그룹 등과 비교해 사외이사 수가 적은 만큼 부담도 크지 않다. 실제로 KB금융은 7명, 신한금융은 12명, 하나금융은 8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여성이 포함된 100여명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두고 있다”며 “기존 주주들로부터 여성 사외이사가 추천되지 않을 경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해당 풀에서 선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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