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정부 “위중증 급증 예상 못해”…전문가 “모를리 없어, 말도 안돼”

정부 “위중증 급증 예상 못해”…전문가 “모를리 없어, 말도 안돼”

기사승인 2021. 12. 09. 17:0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중증화율 2.5%...7000명 중 175명 중증환자 입원
수도권 중증 병상 이미 포화상태...전국 266개 남아
정부 "특별방역대책 효과 확인 후 추가 대책 검토"
줄지어 선 코로나19 검사
9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위중증 환자수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정부가 위중증 환자 급증세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의료계는 말이 안되는 핑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9일 “6개월 갈 줄 알았던 백신효과가 3개월부터 떨어졌다”며 “위중환자 발생비율이 대개 1.4~2.7% 왔다 갔다 했어서 병상 대비를 했는데 위중증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중증화률이 당초 가정했던 1.6%보다는 다소 높이 2~2.5% 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 오류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중증 급증세를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입을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화률이 지난해 대구·경북 사태 때 4%를 기록했고 9월 1.6%로 떨어진 뒤 10월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며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증가세를 보고도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확진자가 늘어나면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겨울이기 때문에 실내 접촉을 통해서 감염은 빠르게 올라갈텐데 병상과 인력도 대비않고 그렇게 말한다니 할말이 없다”고 했다.

현재 중증화율은 2.5% 정도다. 신규 확진자 7000명 중 175명이 늦어도 2주 안에 새로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와 같이 연일 확진자 수가 7000명대가 나오면 이틀 만에 250여명의 위중증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중증 병상은 이미 포화상태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코로나19 중증병상 가동률은 85.0%로, 121개가 남아있다. 수도권 내 병상 배정이 어려울 때는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하고 있으나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도 78.8%로, 잔여병상은 266개뿐이다. 중환자를 위한 병상은 입·퇴원 수속과 여유 병상 확보 등의 이유로 100% 가동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사실상 병상 포화상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 교수는 “현재 병상 대기 중 사망한 채로 들어오거나, 중증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2주 동안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상을 확충해도 격리당한 의료진이 많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 1만명이 나와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고 병상확충은 일선 병원에 떠넘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본인들 가족이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 병상 대기자 수는 1003명이고, 이 가운데 4일 이상 대기자는 302명에 달한다. 병상 대기자의 45.3%인 454명은 치명률이 높은 70세 이상 고령 환자다. 속도가 붙은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하루 새 22명이 늘어 누적 60명이 됐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가 지난 4월 발견돼 확진자의 10%까지 올라간 7월 초까지 두 달반이 걸렸는데, 오미크론 변이는 50% 될 때까지 두 달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이번 주 내 거리두기·영업시간 제한 등 추가 방역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손 반장은 “특별방역 강화 조치가 월요일 실시돼 1주일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현재 방역강화조치 및 추가접종 속도가 효과 내는지 금주·다음주 관찰한 뒤 추가적인 조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관·컨벤션 등을 활용해 대규모 임시 중환자 병상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체육관이나 야외 천막 병상은 중환자를 돌보기에 적절한 시설이 아니다”며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082명으로, 이틀 연속 70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857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5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