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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미얀마에 영웅이 필요없는 시대가 오길

[기자의눈] 미얀마에 영웅이 필요없는 시대가 오길

기사승인 2022. 01.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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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를 부고와 함께 시작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가 터진 미얀마 상황을 전해주다 연락이 두절됐던 취재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하며 불교의 성지로 꼽히는 미얀마 바간에서 2022년 새해 일출을 보겠단 버킷리스트를 세웠다. 소망을 새긴 그 땅엔 코로나19가 덮쳤고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까지 터지며 현지 취재마저 막혔다.

고인을 포함해 바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던 미얀마 친구들은 취재원이 됐다.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안정적인 학교와 직장, 미래까지 포기하고 ‘익명의 영웅’이 돼 거리로 나선 친구들 덕분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지난 한해 미얀마는 영웅들로 가득했다.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서거나 저항군에 입대해 군부에 맞선 이들, 군부를 위해 종사하지 않겠다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동참한 이들, 어쩔 수 없이 제 자리를 지키더라도 이들에게 몰래 지원금을 보낸 소시민들까지 모두가 영웅이었다.

그 중 많은 이들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는 군정의 무능함 때문에 친구와 가족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잃었다. 기자보다도 더 어린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집과 도시를 등지고 산간지역으로 가 군부에 맞서 저항군의 총을 잡고 있다. 미얀마의 현실은 말 그대로 난세(亂世)다.

“미얀마 군정을 대화 상대로 인정해 대표성과 합법성을 부여하지 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7~8일 미얀마를 찾아 군정과 회동한다.

“군부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도 한국 정부의 인정을 받은 것처럼 선전하는데 이제 또 마이크와 카메라를 차지하게 생겼다”며 화를 낸 미얀마 친구는 “올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지 모르겠다. 새해 복 받으란 인사는 혁명이 성공하길 바란단 인사로 대신해달라”고 탄식했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뿌리들이야 땅 밑에 있을 수 있어도 꽃은 공기 중에서, 눈 앞에서 핀다”며 “아무도 그걸 막을 수 없다”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말을 되새겼다. 아스러져갔고 또 여전히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미얀마 영웅들의 꽃이 올해는 피어나길. 그래서 앞으론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영웅이 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돌아오길 새해 소망으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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