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아르누보아파트 주민 안전 외면하나... 울산 남구청 ‘복지부동’ 지적

기사승인 2022. 01. 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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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공사의 안전성 우려와 조건부허가에 따른 사후관리 부실 논란
조건부허가서
본지가 입수한 울산 남구청의 조건부 허가서 제 15항에 의하면, 삼환아르누보아파트 복구공사업체는 안전진단업체와 상호 협의해서 시공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사진=아시아투데이 이승준 기자
지난 2020년 10월에 대형 화마를 입은 남구 소재 삼환아르누보아파트 복구·보강 공사의 부실화 우려를 제기한 본지보도 (2021.12.21자 기사) 이후, 관할 남구청은 자신이 내 준 ‘조건부 허가’와 관련해 해당 시공업체에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는것으로 확인됐다. 재입주를 4개월 남짓 앞두고 주민 안전문제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복지부동’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남구청은 지난해 4월 (복구공사를 맡은) 시공 ‘업체’는 구조체 보강 등 공사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한 ‘업체’(책임 구조기술사)와 협의하여 시공하라(제 15항)는 조건을 붙여 건축(대수선)허가 행정처분을 내렸다. ‘건축허가’라는 행정기관의 재량행위에 ‘상호 협의하라’는 조건이 붙은 이른바 ‘부관부 행정행위’다. 만일 공사업체가 부관을 위반하면(상호 협의하지 않으면), 남구청 역시 원처분인 건축허가 철회라는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상호 협의 대상인 안전진단용역을 수행한 ‘업체’와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가 취재 결과 동일한 회사로 확인됐고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남구청은 “동일 업체라도 ‘안전진단팀’과 ‘시공팀’은 회사내 상호 별개 부서로 엄밀히 조건위반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분명 허가처분 당시 복구공사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두 업체를 상호 분리한 ‘조건’의 취지를 정면으로 ‘자기부정’함으로써 궁색한 말장난이 돼버렸다. 별개인 ‘업체’와 한 업체 내 ‘팀’의 개념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내 준 조건부 허가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한 업체에 대한 관리 태만를 넘어 두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화마 입은 아르누보아파트 복구현장
화마입은 아르누보아파트 현장./ 사진=아시아투데이 이승준 기자
행정의 ‘복지부동’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완공 후 ‘안전성’이다. 불에 탄 콘크리트는 해당 손상부위를 건전부 깊이까지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 특수 시약측정과정(프놀프탈레인 변색반응)을 거쳐 살수처리를 해야 하는데, 복구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그라인더 장비로만 면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협조 요청에 응한 건축사 A씨는 “콘크리트 양생작업은 전(全) 공정의 최종 단계로 특히 화재에 의한 복구·보강공사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시공 후 예상되는 하중이나 충격 영향을 감안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한마디로 콘크리트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며 사전작업인 치핑이 부실하면 당연히 최종 공정인 양생작업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구조안전진단업체 B대표는 “콘크리트 사이 철근의 노출부위 유무에 따른 치핑범위가 각기 다른 만큼 매뉴얼에 따라 정밀하게 시행돼야 한다”며 “결국 공사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全) 시공과정에서 단계별 매뉴얼을 정확히 준수해야 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남구청은 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세부공사계획서가 현장의 시공 실태와의 부합여부를 다시 살펴보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통한 공사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울산대학교 건축공학과 C교수는 “신축 및 보수·보강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실명제와 사후관리책임제를 도입·적용함으로써, 아르누보아파트 보수·보강공사의 사후안전성과 행정의 신뢰성을 확보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울경 시민단체 D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구청과 업체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연말 울산시와 중구청은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고층건축물 등에 대한 안전점검 실효성과 보수·보강 및 후속조치 등을 위주로 한 ‘국가안전대진단’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창’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남구청의 건축행정은 이와 대비되는 것으로 일각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 우선’이라는 큰 흐름에 제법 비켜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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