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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선제공격에 대한 불편한 진실

[전인범 칼럼] 선제공격에 대한 불편한 진실

기사승인 2022. 01. 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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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필자는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약 7개월 동안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다국적군사령부에서 근무했다. 47년 만에 실시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하는 주무과장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라크의 고위관리들이 한국에 오면 안내장성으로 선발돼 한국 체류기간 수행을 했다. 한 번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관광하는데 이라크 관리가 야경을 보면서 “전쟁 전에는 바그다드도 야경이 아름다웠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필자는 이라크에 근무하는 동안 전쟁의 참상을 매일 목격했다. 무너진 건물과 일상화된 불안, 비정상의 정상화 등 전쟁이 인간을 짐승으로 타락시키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 이후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킬체인을 구축하고 한국형 방공망과 대량보복계획을 만들어 3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중에서 킬체인은 북한의 핵공격을 조기에 탐지하고 발사 이전에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패하면 방공망으로 날아 오는 미사일을 격추하고 이것도 안 되면 재래식 무기로 응징하겠다는 것이 3축이다. 3축 개념 자체가 선제공격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 선제공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보 논쟁이 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선제공격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한·미 동맹에 의존하는 우리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가 수립한 3축 개념의 한계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3축 체계라도 유지하고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대안일지라도 선제공격 방안을 갖고 있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따라서 우리 안보가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럼에도 선제공격은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대의 준비와 의도를 100% 파악하기가 어렵고 설사 알고 있더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제공격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또한 현실이다. 1973년 10월 전쟁 당시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군부는 이집트의 공격이 임박해 선제공격을 건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이집트의 공격을 허용했다는 얘기는 그 어려움을 방증해 준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인지를 명확히 기억해야 한다. 바로 북한의 핵무장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갖고 있고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그리고 극초음속비행체 등을 개발하는 한, 다른 나라의 선제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의 안전은 물론 우리의 평화도 위험에 놓인다. 북한이 비핵화는 물론 투발수단의 개발을 빨리 멈춰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3가지가 있다.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 항복하는 것이다. 항복은 선택 가능한 방안이 될 수 없다. 북한체제 아래 사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죽음보다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본 전략은 방어다. 적의 공격이 있으면 일단 적의 공격을 흡수하고 그다음에 반격하는 것인데 재래식 전쟁에서는 유용한 전략이다. 하지만 핵 전쟁에서는 적의 선제공격이 워낙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선제공격밖에 남지 않는 논리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만큼 중요한 일이며 우리가 선제공격 방안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자 딜레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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