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공정위, ‘운임 담합’ 해운사 23곳 과징금 962억원…“해운업 특수성 감안”

공정위, ‘운임 담합’ 해운사 23곳 과징금 962억원…“해운업 특수성 감안”

기사승인 2022. 01. 18. 12:3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조성욱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관련 브리핑 중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제공 = 공정위
한-동남아 항로를 운행하는 HMM,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국내외 선사 23곳이 운임을 담합해온 게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

다만 당초 최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과징금 규모는 해양수산부가 주장해 온 ‘해운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크게 줄었다.

공정위는 18일 국내외 선사 23곳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번의 회합을 통해 120차례 컨테이너 해상화물 운송 운임을 담합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제재를 받는 국적 선사는 HMM,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12곳이며 외국적 선사는 머스크, 양밍, 완하이, 에버그린 등 11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선사들은 15년간 기본운임의 최저수준과 인상, 부대운임 도입과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을 총체적으로 담합해왔다.

해당 선사들은 운임 합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와 아시아역내항로운임협정(IADA) 등 다수 회의체를 이용했다. 이런 협의체들을 통해 541차례 만나고 이메일,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담합했다.

또 회의체를 통해 합의를 실행하고 있는지 감시했으며, 국적선사들은 중립위원회를 마련해 운임감사를 실시하고 합의를 위반할 경우 벌과금도 부과했다.

아울러 해당 선사들은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인식해, 최저운임·투찰가 결정 내역을 대외비로 관리하는 등 공동행위를 은폐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해당 선사들의 이러한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요건을 갖춘 정당한 행위인지 여부다. 해운법에 근거해 해운업은 예외적으로 공동행위를 인정하며 조건을 갖춘 정당한 행위라면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된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운법에서 제시한 필요 조항을 충족하지 못한 공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담합을 허용받기 위해선 공동행위 내용 변경 시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 신고하고, 신고 전 화주 단체와 정보를 교환·협의해야 한다.

공정위는 해당 선사들이 이런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아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일부 선사들은 18차례의 운임회복(일정한 날짜에 각자의 운임에서 일정한 금액만큼 인상)을 해수부에 신고했으며, 120차례의 최저운임·부대운임을 합의한 건 앞서 신고한 내용에 포함되어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공정위 심판정은 18차례 신고와 120차례 운임 합의는 별개의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18차례의 신고된 내용과 120차례의 실제 합의된 내용은 구체적 세부 내용이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국내외 해운선사 23곳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고려해운에 296억4500만원, 흥아라인에 180억5600만원, 완하이에 115억1000만원, 장금상선에 86억2300만원 등을 물렸다. 아울러 동정협에도 시정명령과 1억6500만원 과징금을 물렸다.

다만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번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당초 공정위가 해운사에 보낸 심사보고서에는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담겼으나 전원회의 결과 962억원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공정위는 해수부가 주장해온 ‘해운업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반영해 제재 수위를 정했다. 이날 브리핑에 직접 나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사건의 과징금 수준 등 조치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 산업의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했다”며 “이번 제재를 통해 해운 당국인 해수부가 운임 담합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를 앞두고 해운법에 따라 해운사의 공동행위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해수부와 큰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조 위원장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뜻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하며 해수부와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조 위원장은 “이번 해운담합 건을 처리하면서 화이부동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생각했다”며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하는 경쟁 당국으로서의 역할은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