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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사우디, 30년 ‘다이아몬드 원한’ 딛고 외교관계 재수립

태국-사우디, 30년 ‘다이아몬드 원한’ 딛고 외교관계 재수립

기사승인 2022. 01. 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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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di Thailand <YONHAP NO-5721> (AP)
2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왕궁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왼쪽)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회담하고 있는 모습./제공=AP·연합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블루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도난·의문의 살인사건 등 30년에 걸친 구원(舊怨)을 뒤로 하고 외교관계를 재수립했다.

26일 로이터와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과 회담 후 외교관계를 재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날 쁘라윳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자는 공동성명을 내고 “양국 수교의 전면적인 재수립”을 발표했다. 양측은 가까운 시일 내에 주재 대사를 임명하고 경제·무역 관계를 회복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 역사적인 단계는 상호신뢰와 우호관계를 재수립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기울인 오랜 노력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사우디항공도 5월에 태국행 항공편을 재개할 것이라 발표했다.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지난 30년간 최악으로 치닫았다. 사건의 발달은 1989년 ‘블루다이아몬드 절도 사건’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태국인 근로자였던 크리앙크라이 테차몽이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블루다이아몬드’를 비롯한 2000만달러(약 238억원) 상당의 보석들을 훔쳐 본국으로 달아난 사건이다.

사우디는 절도 사건 다음해인 1990년 자국 외교관 3명을 태국에 파견했지만 이들 모두 하룻밤사이 각각 암살당했다. 당시 암살 사건 중 한 사건을 목격했던 사우디 사업가 모하마드 알 루와일리도 한달 후 실종돼 사망했을 것이란 의심을 받았다. 사우디는 태국의 고위 경찰 관료 등이 연루됐다는 주장과 도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하지만 태국은 2014년 루와일리의 살해에 연루된 혐의를 받은 태국 고위 경찰관을 포함한 5명에게 ‘증거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보석을 훔친 테차몽은 태국 경찰에 자수한 후 7년 징역형을 받았으나 5년 복역 후 풀려나 지난 2016년 출가해 승려가 됐다.

태국 경찰은 보석 중 일부를 찾아 반환했지만 사우디 측은 “대부분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살인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다, 고위 관료의 부인이 사우디에서 도난당한 보석과 닮은 보석 목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포착되며 논란은 더욱 악화했다. 가장 귀중한 보석이었던 블루 다이아몬드의 행방은 현재까지도 묘연하다.

사우디는 절도사건과 태국 당국의 대응에 대한 보복 조치로 태국에 주재하던 자국 대사를 소환했고 현재까지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또한 자국 내 20만 명에 달하는 태국 노동자들을 추방하고 태국인에 대한 사우디 내 취업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사우디인의 태국 방문도 금지되며 태국은 수십만 명의 이주 노동자 일자리와 ‘부유한 중동국가의 관광객’을 잃게 됐다. 현지 매체와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악화하며 태국이 입은 손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후 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블루다이아몬드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지만 30년에 달하는 원한을 뒤로 한 것은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의 결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젊고 야심찬 무함메드 왕세자는 해외 동맹국을 확보해 이란·카타르·터키와 파키스탄을 비롯한 지역 라이벌과의 갈등을 해결하는데 점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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