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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부의 상징’ 된 자동차 운행…기름값 급등으로 일상 바뀌어

프랑스에서 ‘부의 상징’ 된 자동차 운행…기름값 급등으로 일상 바뀌어

기사승인 2022. 01. 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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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외출 줄이고, 연비 나쁜 차 팔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직
프랑스
프랑스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99유로(한화 2295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유류비 상승으로 프랑스인들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최근 몇 개월간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프랑스 내 기름값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 자동차 운행을 꺼리는 프랑스인이 늘었다.

프랑스매체 웨스트프랑스는 26일(현지시간) 기름값 상승으로 프랑스인들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스트프랑스에 따르면 지난 14~21일 사이 프랑스 경유 가격이 평균 리터당 1.654유로(한화 2230원),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99유로(한화 2295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가 면적이 대한민국보다 약 6배 넓은 프랑스에서는 자동차 운행이 필수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근교에 살수록 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브르타뉴주 반(Vannes) 근교에 사는 마리본 바커씨는 올해 86세지만 아직도 운전을 한다. 병원이나 약국에 가거나, 장을 보러 갈 수 있는 방법이 자동차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법적으로 자동차 운전을 배울 수 있는 연령 또한 만 15세로 한국보다 낮다.

그러나 비싼 기름값 때문에 재정적 압박을 받은 프랑스인들은 최근 차량 운행을 줄이고 꼭 필요한 외출만을 하고 있다. 모르비앙주에 사는 사드린씨는 매주 토요일 집에서 15㎞ 떨어진 지역에 있는 시장에서 장을 봤고 일요일엔 영화관에도 갔지만, 최근 기름값 인상으로 매 주말 외출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한 달에 한 번 근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차로 통근하는 직장인들도 울상이다. 멍슈주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는 존씨(32)는 근교 도시에서 근무한다. 그는 매일 왕복 50㎞를 자차로 통근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그의 월급 중 5분의 1이 유류비로 나간다고 밝혔다. 그는 “매달 180~200유로(24만3000원~27만원)가 유류비로 나간다”며 경제적 부담에 최근엔 연비가 나쁜 경유차를 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매일 40㎞를 운전해 통근하는 발레리안씨는 “유류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집 근처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서 1㎞당 22센트의 여비를 지급해 주지만 인상된 유류비를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젊은 세대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일반 슈퍼마켓 체인이 아닌 저렴한 슈퍼마켓 체인으로 장 보는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자유로운 그들은 근처에서 가장 유류비가 저렴한 주유소를 알려주는 어플로 조금이나마 유류비를 아끼고 있었다.

한 달에 2주는 석사 공부를, 2주는 인턴십을 하는 쿠엔탕(21)씨는 정부의 경유값 인상에 대해 반대하며 일어났던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4년 전 우리는 정부의 유류비 인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지만 지금은 다들 무기력해져 아무도 시위에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와 전기 자전거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구매 보조금을 받아도 여전히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구입할 수 없는 프랑스인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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