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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목표는 韓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목표는 韓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사승인 2022. 01.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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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웨사 다니엘 가시마가 지난 17일 서울 송파 퍼포먼스 피지오 트레이닝 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비웨사 다니엘 가시마(19·안산시청)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다른 또래들처럼 수줍음이 많다. 말수가 적은데다 아직 말 주변도 없다. 하지만 한 지점에서만큼은 유난히 눈빛을 반짝였다.

내면의 타고난 승부욕은 감춰지는 게 아니다. 다니엘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그런 기질이 단 시간 내 이렇게 급성장한 그를 만들었다. 다니엘은 “열 번 뛰어서 한 번이라도 지면 그날이 아니라 다시 할 때까지 분해서 마음이 안 풀린다”고 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부모를 둔 다니엘은 피부색은 다르지만 경기도 안산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육상선수다.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달리기를 월등히 잘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한국 국적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전문 육상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원곡고로 진학한 그는 불과 3년 만에 10초45의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이제 출발대에 선 유망주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최근 안산시청에 정식 입단(1년 계약)했고 전문 트레이너들의 도움도 받는다, 지금과 같은 완벽한 훈련환경이라면 김국영(31·광주시청)이 보유한 남자 100m 한국 신기록(10초07)을 넘어 꿈의 9초대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힘차게 도약하는 임인년 4~5년 뒤를 목표시점으로 잡고 있는 다니엘을 서울 송파 퍼포먼스 피지오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났다.

-부상(아킬레스건)도 있었는데 요즘 컨디션은
“지금 천천히 끌어올리는 중이고 저번에 아팠던 곳(오른쪽 아킬레스건)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거의 회복됐다. 키(182cm)는 그대로 체중은 작년에 비해 1~2kg가 불었다. 비시즌이라 68kg 정도 나간다. 원래 안찌는 체질이다. 체중은 갑자기 늘어나는 게 아니어서 요즘에는 배불러도 먹는다. 먹어야 산다.”

-평소 하루 일과는
“운동은 주 5일로 오전 9시 40분 정도 시작해서 1시쯤 끝난다. 운동을 오전 오후로 두 번하는 날도 있다. 3학년이었다가 안산시청에 입단해서 막내가 되니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성인들이랑 하니까 확실히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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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웨사 다니엘 가시마가 지난 17일 서울 송파 퍼포먼스 피지오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는 해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 했던 것 이상으로 보여줘야 해서 부담이 많긴 한데 솔직히 그것보다는 당장 뛸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육상도 그냥 좋아서 시작했다. 큰 무대를 보고 뛸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무대가 갖춰진 것 같다. 기대 많이 하고 있다. 3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제주도 전지훈련이 끝나고 몸 상태 등을 봐서 5~6월쯤 첫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겠다. 과거는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다.”

-라이벌을 꼽는다면
“일단 나만 생각한다. 나만 넘으면 된다. 당장 누구를 라이벌로 삼고 이러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나가서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고교 대회 때는 결승에 올라온 애들 모두가 의식됐다. 김국영 선배님을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같이 뛰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은 이기겠다.”

-육상을 하게 된 계기는
“시 대회에 몇 번 나아가다 코치님 눈에 들었다. 육상부가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려다가 국적 문제 때문에 못했다. 중3 때 국적을 갖게 됐고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때 만난 김동훤 선생님(고교 코치)이 가장 고맙다. 제 시야를 넓혀주신 분이다. 단순한 육상 선수가 아니라 더 큰 목표를 갖고 갈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시야를 만들어주셨다.”

-롤모델이 있다면
“우사인 볼트다. 그냥 내가 육상을 좋아하고 빠르니까. 나도 다른 이들보다 가속력은 좋다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향후 목표는
“올해 목표는 100m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일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9초대를 뛰어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가서 메달 따겠다.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성인 무대에서 직접 뛰어보고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다. 한 번도 대회를 안 뛰었기 때문에 뛰어보고 느낀 점을 보완하겠다.”

-올림픽도 있지만 아시아 삼국지(한중일)도 치열한데
“일본은 확실히 우리랑 시스템이 다른 것 같다. 유망주들이 조금 더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고 그런 것 때문에 분발해야 되는 시점이다.”

-본인의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육상을 하다 보니까 하나하나에 일희일비를 잘해서 그걸 안하고자 하다 보니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지기 싫다. 승부욕은 조금 심하다. 잘 티를 안 낸다. 굳이 시합이 아니라도 학교 애들이랑 운동할 때 열 번 뛰어서 하나를 져도 그날(잠을 못자는 게)이 아니라 다음 뛸 때까지 분하다. 절대 안 봐준다.”

-추후 칼 루이스처럼 100m 이외 종목도 가능할까
“200m도 훈련을 하는데 일단 100m에 치중해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선수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100m를 뛰고 들어왔을 때 뛰다 만 느낌이 든다. 200m은 100m보다 확실히 뛰다 만 느낌이 덜하다. 또 200m는 100m에 비해 스타트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시즌이 되면 스타트 훈련을 위주로 하고 비시즌 때는 안 한다. 빨리 치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30m 뛰는 스타트하고 100m 뛰는 스타트가 다르다. 100m는 100m를 빠르게 뛰기 위한 것이다. 초반에 좋아봤자 후반에 잡히기 때문에 나는 후자에 집중하려고 한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
“재미없는 사람이다. 과묵한 편이다.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말을 많이 한다. 친구는 많다. 스트레스는 그냥 내버려둔다. 안으로 삭힌다. 남들처럼 똑같이 살았다. 딱히 재미없게 살아온 것 같다. 시간 나면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장르는 안 가리고 내키는 대로 본다.”

-고글이 멋지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렌즈를 넣기 전에는 렌즈 넣는 게 무서워서 고글을 쓰고 뛰었다. 코치님(김동훤)이 제안했다. 지금은 렌즈 넣은 게 익숙해져서 고글 없이 달릴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끼고 뛰거나 안 끼고 뛸 수도 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고글 끼는 걸 사람들이 좋아할 줄 몰랐다.”

-부모님은 어떻게 한국과 인연을 맺었나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쩌다 보니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이 좋아서. 부모님의 나라 콩고에는 아직 가본 적이 없다. 부모님한테 증명하고 싶다. 농담 삼아 잔소리로 ‘그렇게 해서 되겠어?’ 하시는 데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이상한 짓 안하고 자기 할 것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훗날 이름은 남겨야 되지 않나. 한국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

-다니엘에게 육상이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나를 증명하는 것이다. 나도 뭐를 할 수 있고 좋아서 하는 것이다. 지기도 싫다.”

-팬들에게 한 마디
“가끔 알아보시는 데 ‘어떻게 알아보시지’라며 놀란다. 사진 찍어 달라는 분들도 있는데 어색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지금보다는 나중에 더 멋있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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