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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불효자 시대

[아투 유머펀치] 불효자 시대

기사승인 2022. 05. 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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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효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 정도 이름이면 지구촌의 불효지존이라 할만하다. Abby Parramugger(애비 파라머거-영국), Emile Zola(에밀 졸라-프랑스), Carlo Abiziller(칼로 아비찔러-독일), Emicago Abicini(에미까고 아비치니-이탈리아), ときろ あびから(도끼로 아비까라-일본), 母親悖(모친패-중국).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떠도는 세계의 불효자 이름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린 우리나라도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오죽하면 상속권을 제한하는 민법 개정이 추진될까. 재산을 물려받은 후 부모 부양 의무를 저버리는 ‘불효자’에게서 증여 재산을 환수할 수 있게 하는 민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도 확정되었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세태의 반영이기도 하다.

요즘 부모들은 어차피 자식에게 죽을 팔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늘그막에 가진 재산을 진작 물려주지 않다가는 맞아죽을 판이고, 일찌감치 다 줘버렸다가는 굶어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노후를 대비해 얼마간의 재산이라도 보듬고 있다가는 졸려죽는다는 것이다. ‘큰 부자에게는 아들이 없고 상속인이 있을 뿐’이란 유태인 속담은 작금의 우리 사회에도 결코 예외가 아닌 듯싶다.

공연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명품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가 4월 초 경남 김해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경주, 여수, 부산 등 전국 투어의 막을 다시 올렸다. ‘불효자는 웁니다’는 오로지 자식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와 아들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너나없이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 가족사의 아픔을 눈물과 웃음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불효자의 울음은 시대를 초월하는 회한인 모양이다.

예로부터 효(孝)에 관한 우리의 정서는 각별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풍조도 바뀌는 법. 부모에 대한 도리보다 상속 재산에 눈독을 들이며 다툼을 벌이는 형제남매들이 많다. 부모도 현명하게 처신하지 못하면 골육 간 분쟁을 조장하기 십상이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보내며, 천륜(天倫)으로 여겼던 부모·자식 간 정리(情理)도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세태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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