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사임 여론 속 등장한 스리랑카 총리에 야유…가스 트럭 털리기도

사임 여론 속 등장한 스리랑카 총리에 야유…가스 트럭 털리기도

기사승인 2022. 05. 09. 13:5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SRI LANKA-POLITICS-ECONOMY-PROTEST <YONHAP NO-7093> (AFP)
8일(현지시간)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밤새 보급품을 받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다 분노한 시민들이 요리용 가스통을 운반하는 트럭을 약탈하고 있다./사진=AFP·연합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에서 라자팍사 정권 퇴진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자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정권 퇴진 운동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한달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스리랑카 전역에서 라자팍사 가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자팍사 총리는 이날 수도인 콜롬보에서 약 200㎞ 떨어진 아누라다푸라에 위치한 불교 사원을 방문했다. 2300년이 된 나무가 있는데다 고대 스리랑카의 수도였던 이 곳은 신성한 곳으로 꼽힌다.

이날 총리의 방문 사실이 알려지며 수십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신성한 도시에 도둑을 들일 수 없다”는 등 구호를 외쳤다. 당국은 총리의 차량 이동을 위해 중무장한 특공대를 배치했고 라자팍사 총리는 헬리콥터를 타고 수도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스리랑카의 주요 도로는 요리를 위한 가스와 휘발유·경유 부족에 항의하는 사람들로 인해 차단됐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2019년 부활절 테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데다 대외부채 급증과 재정정책 실패가 겹치며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외화 부족으로 생필품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외채 상환을 중단하는 일시적 디폴트까지 선언한 상태다.

라자팍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길거리에 속옷을 걸어두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것뿐”이라 외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8일에는 밤새 줄을 서있던 시민들이 요리용 가스를 운반하는 트럭에서 가스통을 훔쳐가기도 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지난 6일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다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공포한 법령에 따라 공안과 질서 유지·폭동 진압·필수물자 유지 관련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공안조례가 발동된다. 대통령이 구금을 승인하고 모든 재산을 소유하고 건물을 수색할 수 있으며, 어떤 법이든 개정하거나 정지시킬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 3월 31일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퇴진도 하지 않은 채 비상사태를 선포한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리랑카 재무부는 전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스리랑카에 1억달러(약 128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 밝혔다.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과도 구제금융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