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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시진핑 답방 두고 미묘한 신경전…“방한” vs “방중”

한·중, 시진핑 답방 두고 미묘한 신경전…“방한” vs “방중”

기사승인 2022. 05.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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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순방 순서 두고 외교전
중국은 '방중 초청' 발언 보도 안해
바이든 방한에 중국도 '촉각'
윤석열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윤석열 대통령과 왕치산(오른쪽 선글라스)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중 요청에 대해 “방한을 고대한다”고 맞불을 놨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시 주석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두고 양국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관계국들의 외교전도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5층에서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시 주석의 ‘방중’ 초청 의사를 전달 받았다. 통상 부총리급을 취임식에 보냈던 중국이 서열 2인자급의 부주석을 보낸 것도 파격적인 상황에서 방중 초청 의사까지 전달하며 외교적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청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접견 말미에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답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이 답방하지 않아 외교관례에 어긋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방한을 ‘역제안’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양국이 정상간 방문 순서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중국 공산당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이 접견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왕 부주석의 ‘방중 초청’ 발언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일련의 신경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왕 부주석이 윤 대통령과의 자리에서 5가지 건의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 발표한 것도 양국이 고도의 외교전을 벌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왕 부주석은 △전략적 소통강화 △실질적 협력심화 △문화교류를 통한 양국 우호증진 △밀접한 다자조율 △한반도문제에 대한 협력강화를 5가지 건의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왕 부주석의 발언 중 “한반도문제에 대한 저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는 대목은 표면적으로는 한중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읽히지만, 미국으로 치우치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의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는 중국이 통상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사드 추가배치를 언급했던 만큼 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의 파격 행보와 은근한 견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슈와도 얽힌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다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 가장 짧은 기간에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일본에만 ‘정책협의단’을 보낸 점도 중국이 우려하는 한미일 공조 강화의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전날 왕 부주석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 한미동맹의 강화고, 한국의 쿼드 참여 얘기까지 나오다 보니 중국에서도 ‘초청’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한미관계의 복원을 공언했던 윤 대통령이 중국의 초청에 쉽게 화답하기 어려워 ‘방한’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 상황이 복잡한 만큼) 신중한 외교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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