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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유통피아]프랑스 혁명의 민초들과 2022년의 대한민국 국민들

[최성록의 유통피아]프랑스 혁명의 민초들과 2022년의 대한민국 국민들

기사승인 2022. 0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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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물가 상승으로 민중들의 고통 극심해져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정부와 정치권 올인해야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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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장
#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집필한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은 ‘장발장’이다. 정원사인 그는 과부인 누나와 7명의 조카들까지 부양한다. 어떻게 해도 그의 임금으로는 이들 전부를 부양하기는 불가능하다. 설상가상 프랑스 혁명 직후 물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뛰어 오른다.

배고픔에 허덕이던 장발장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다. 그 댓가는 감옥에서의 5년. 이후 4번이나 탈옥을 시도하다가 형기는 무려 19년까지 늘어난다.

인간의 불행은 가난에서 시작된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의 불행 역시 ‘살인적인 물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역사도 마찬가지다.

1789년 프랑스에서는 극심한 굶주림과 신분제에 대한 불만으로 혁명이 일어난다. 민초들은 국왕 루이 16세를 끌어내리고 공화국을 선포한다.

혁명 이후 프랑스는 백성들의 배를 채우기는커녕 외국 및 반혁명 세력과 전쟁에 돌입한다. 경제? 당연히 엉망이 됐다.

물가 상승으로 민중들의 고통이 극심해졌다. 이에 혁명지도부인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정권을 장악한 뒤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일시적으로 물가안정을 이뤘다. 하지만 2년 만에 실각하고 최고가격제는 폐지된다. 그 이듬해인 1796년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 속, 현실에서는 수많은 장발장들이 빵을 훔치고 사람을 죽였다. 아비규환…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생활고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율 1위.

200여년전의 프랑스의 민초들과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국민들 중 누가 더 불행할까.

# “올해 이미 가격을 인상했지만 또 다시 올릴 수밖에 없어요. 땅 파서 장사가 가능할까요? 직원들이랑 그 가족들도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얼마 전 만난 식품업계 관계자가 울분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한 말이다.

그는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1년에 두 번 이상 가격인상을 한 일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한번 올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두들겨 맞는다. 정부, 언론, 시민단체가 매의 눈으로 늘 주시하고 있다.

먼저 하면 가격인상을 주도했다고, 중간에 하면 눈치보고 있다고, 늦게 하면 차라리 먼저 하지 그랬냐는 꾸중도 듣는다. 어떻게 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가격인상은 민감하고 첨예하다.

눈치를 보고, 벌벌 떨었던 식품업체들이 올해는 대역 죄인을 각오하고 있다. 석유가격, 밀가루, 팜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의 인상 역시 이들을 외통수로 몰아넣는다.

기업 입장에선 욕을 먹는 게 중요할까, 살아남는 게 중요할까…

아무튼 그들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직장인들과 그 가족들의 지갑은 점점 얇아져가고 있다.

# 이미 서울의 주택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주위에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은 서울에서 집구하기를 포기하고 경기도의 원룸으로 들어가고 있다. 차라리 이 정도는 낫다.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1800조원을 넘어섰다.

살인적인 물가? 이제는 지옥불과도 같은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8%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물가 외에도 환율과 금리가 대상승 중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적자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에 빠지는 중이다.

행복이 삶의 기준이라면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검수완박을 놓고 맞붙었다. 검수완박…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닐까. 이들에겐 민초들의 삶은 어떤 의미인가.

이들이 처절하게, 또 목숨 걸고 신경써야 할 것은 국난 수준으로까지 번진 물가와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목소리와 행동이다.

국민도 살리고, 기업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해결할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 혼자서는 할 수 없다. 168개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만큼, 의원들 역시 그 이상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경제, 아니 국민들을 살려야 한다. 우리 행복과 목숨이 당신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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