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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에 산업계 혼란 불가피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에 산업계 혼란 불가피

기사승인 2022. 05.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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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업무강도 등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 제시
노동계 '환영'…임금피크제 근로자 줄소송 전망
대법
26일 서울 시내 거리의 중년 남성. /연합
아시아투데이 박아람 기자 =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년 연장 등 조건 없이 임금피크제만 도입한 산업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6일 법조계·노동계 등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고용 보장이나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감축하는 제도다.

임금피크제 도입 전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령 근로자에게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근로자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하고 노인빈곤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업과 근로자 양측의 입장을 어느 정도 조율해 도출한 것이 임금피크제다.

국내에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용 안정을 위해 정년 보장과 임금 삭감을 맞교환하자는 취지로 2000년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신규 인력 채용을 확대한다는 본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와 고령자고용법의 충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산업계와 노동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의 규정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연령 차별 금지) 조항은 강행 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감액 재원이 도입목적에 사용됐는지 등 조치의 적정성 등을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전국 산업현장에서는 노사 재협상 등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의 업무를 줄여준다거나, 정년 연장 등의 조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는 것이 노동계의 판단이다.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 시 노동자에게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세져 불만이 커지고 수당 삭감 등으로 갈등만 불거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오늘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현장의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길 바란다”며 “한국노총은 현장 지침 등을 통해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서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정년제를 운영 중인 34만7422개 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전체의 22%인 7만6507곳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3265곳의 53.6%(1750곳)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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