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 유머펀치] 사투리 유감

[아투 유머펀치] 사투리 유감

기사승인 2022. 06. 12. 17:5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가~가 가~가?’는 ‘그 아이가 그 아이냐?’란 경상도 사투리이다. 경상도 말은 투박하면서 함축성이 강하다. 발음의 장단과 억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느림의 미학이 떠오르는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도 말도 만만찮다. ‘개고기 하십니까’란 말이 ‘개혀?’ 단 두 자면 끝이다. ‘괜찮습니다’란 말도 ‘됐슈’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전라도 사투리에는 ‘거시기’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거시기가 거시기를 거시기해분께 참 거시기하드마요이~’라고 해도 전라도 사람들은 그 미묘한 뉘앙스를 구별해서 알아듣는다. 남도의 음식처럼 맛깔스러우면서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말이다. 부산 아주머니가 서울역에 내려 택시를 타는데 기사 아저씨가 “어디 가시나요?”라고 물었다. 벌컥 화가 난 아주머니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그래, 부산 가시나다 와?” 사투리가 빚은 촌극이다.

특히 경상도 말은 서울말 흉내 내기가 참 어색하다. 차라리 솔직한 사투리 구사가 시원하고 정겹게 들릴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로 귀화하거나 오래 머문 외국인들은 사투리로 떠들어댈수록 더 인기가 높은데, 정작 토박이들은 마이크만 갖다 대면 어정쩡한 서울말을 구사하려는 모양새가 오히려 궁색하다. 사투리에 대한 촌스럽다는 편견과 열등의식 때문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는 서울말도 명백한 사투리였을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 버전으로 눈길을 끌었던 영화 ‘황산벌’처럼 방언은 저마다의 문화와 정서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울말뿐이라면, 한 가지 나물밖에 없는 비빔밥을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 문화는 나라 안팎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 화합과 원융의 문화가 오늘날 한류의 원천이 되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사투리의 소멸은 지역 문화의 종말을 시사한다. 지방이 건강해야 나라가 부강할 텐데, 오늘의 한국사회는 팔다리는 왜소한데 머리만 비대한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안’이 통과되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서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사투리가 살아남아 각 지방의 문화가 융성해야 한류의 뿌리가 더 튼튼해질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