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낙태권 폐지’로 쪼개진 美…국내는 3년째 “무법 상태”

‘낙태권 폐지’로 쪼개진 美…국내는 3년째 “무법 상태”

기사승인 2022. 06. 27. 15:5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후속 입법 '깜깜무소식'
"낙태 전면 허용" VS "주수 제한"…여야 입장차 커
법조계 "10대 청소년 산모 건강보험 적용 등 시급"
SUNDAY SCOTUS PROTEST
낙태 지지자들이 미국 연방대법원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항의하기 위한 ‘주말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다./UPI-연합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낙태) 권리를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24일(현지시간) 폐기하면서 미국 사회가 양분된 가운데, 국내 역시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상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국회가 후속 입법을 미루고 있어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 상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 여성과 의료인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269조 ‘낙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낙태 여성에 죄를 물어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66년 만에 사라졌고, 헌재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취지를 들어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국회는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를 미루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는 모두 6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으로 낙태를 전면 허용하자는 취지의 더불어민주당안부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자는 정부안, 10주까지만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국민의힘안까지 다양하다. 여야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종교계·여성계·의료계 역시 찬반이 극명해 정치권이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입법 논의를 미루는 동안 현장에서는 혼란은 가중된다. 특히 10대 청소년이나 강간 등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낙태 결정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사라진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10대 청소년 산모들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할 뿐만 아니라 임신 사실을 안 후에도 주변에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낙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들도 있다. 이들을 상대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법안이라도 먼저 만들어져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프진을 비롯한 먹는 낙태약 도입 여부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불법 거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낙태유도제 불법 거래는 2015년 12건에서 2019년 2365건으로 200배 가까이 폭증했다. 온라인을 통한 약물 거래의 경우 정품 여부도 불명확하고 의사의 진료·처방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식약처는 ‘입법 공백’을 이유로 단속과 처벌에 사실상 손을 놓은 실정이다.

식약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낙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프진 등을 제공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위민온웹(Women on web)’의 국내 접속을 차단해 한 시민단체가 지난 3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여성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낙태가 형법상 죄가 되든 안되든 하기로 마음 먹은 여성들은 반드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미프진을 허용한다거나 20~30대 여성이 낙태 이후 빠르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 상담 활성화 등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