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중국 사이…신중 기하는 尹정부

"한국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닥칠 비판과 의구심이 더 커"
한덕수 총리 "중국 비토? 예의에 안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한국 정상 최초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포지셔닝’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가운데, 윤석열정부만의 외교적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나토 30개 동맹국은 29일 마드리드에서 동맹국 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의 도전과 위협을 처음 명시한 새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나토의 전략개념은 통상 10년 주기로 새롭게 작성된다.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입장을 중국이 일관되게 지원해왔고, 권위주의 지도체제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경제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토가 동맹국 회의에서 ‘부상하는 중국’이라는 세션을 별도로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읽힌다.

한국의 ‘서방 밀착’ 행보에 우려의 시선도 깔리고 있지만, 중국과 같은 아시아태평양 권역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신냉전구도로 변해가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 외교적 균형점을 빠르게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했고, 초청국인 만큼 ‘옵저버’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의 행동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새 전략개념이 채택돼도 우리가 조인하는 것은 아니다. 나토 정상회의 참여는 특정 국가에 맞추기보다, 기존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이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을 경우 닥칠 비판과 의구심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실리를 찾기 위해서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 대통령실 측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과 대만해협을 논의하러 이곳 마드리드에 온 것이 아니라 세계 질서의 중심에서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우리 브랜드에 맞게 운용할 것인지를 참고하고, 또 그 논의를 글로벌 국가들과 협력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한 ‘굴종 외교’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중국이 반발한 것과 관련해 “중국은 한국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하는 데에 대한 비토권(거부권)이 없다”며 “우리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가는 것이지 중국이 하라마라하는 것은 예의와 상호존중에도 맞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 총리는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 같은 사례가 있더라도 우리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와 미국 등 동맹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중국과는 상호이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