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며 “태풍이 오기 전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미리 자르겠다”고 언급했다. 보험사 자체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미흡하면 적기시정조치(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0일 이 원장은 서울 종로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20개 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언급했다. 그는 “업계 이야기를 듣고 협조할 부분은 하겠지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엄격히 요건을 검토할 것”이라며 “조치가 필요하다면 적극 시행되도록 금융위원장께 건의드리고 금융위원 한 명으로서 그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서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 등이 보험업계의 자본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최근 RBC(지급여력) 비율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 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보험업계의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 손실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이를 밑도는 보험사가 추가로 발생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올 1분기 보험사별 RBC 비율을 살펴보면 DGB생명(84.5%)과 MG손해보험(88.3%)이 100%를 밑돌았다. 또 한화손해보험(122.8%)과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가 150% 미만을 기록했다. 아울러 보험사 RBC 비율도 평균 209.4%로 작년 말 대비 36.8%포인트 떨어졌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나타낸다. 해당 비율이 200%라고 가정하면 고객들에게 보험금 지급 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와도 두 번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제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