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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 주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 방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 법안 서명을 앞두고 있다. 이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 여부 결정 시일은 이달 말이다.
반도체 지원 법안이 발효되면 삼성과 SK는 미국 현지 공장 세액 공제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의 견제를 감당해야 하고 중국 내 생산 시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대만·일본과 꾸리는 반도체 동맹 칩 4 가입도 고민거리다. 칩4는 동맹국 간 원활한 반도체 생산과 공급을 목표로 한다지만, 반도체 생산 주요 기업들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당장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황과 불안한 글로벌 정세를 함께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안에는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글로벌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수혜를 입는 기업은 현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다. 텍사스 테일러에도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향후 20년에 걸쳐 총 252조6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 11곳을 추가 신설할 의지도 있어 수혜 규모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에 패키징 제조시설 투자를 앞두고 있어 혜택이 전망된다.
미국의 투자 지원책은 하반기 예상되는 반도체 한파를 고려했을 때 긍정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세는 6개월 째 둔화 중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6월 반도체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3% 늘었는데, 이는 5월 증가율 보다 4.7%포인트 하락한 숫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추세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투자 계획 철회를 고려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법안 통과는 글로벌 민간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면서 "반도체 투자 사이클 위축 우려를 완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양 사 모두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에 수출하는 물량도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가 넘는데, 중국 견제가 주 목적인 해당 법안 때문에 양 사가 중국에 적지 않은 눈치를 봐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쑤저우에 패키징라인(반도체 후공정)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칩4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반도체법 통과를 계기로 미국이 한국의 참여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칩4는 동맹국 간 안정적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 목표이지만 철저히 중국 견제 성격으로, 중국 내에서도 한국의 칩4 동맹에 대해 견제 메시지를 내보낸 바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날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 당국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8~10일 방중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부장을 만날 때 칩 4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신냉전'이 본격화 한만큼 반도체 전략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신냉전으로 본격화한 글로벌 산업지형 격변을 기회요인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외산업기술 전략 마련이 긴요하다"면서 "반도체 산업 지원 수준을 제고하고, 서방의 전략적 탈대만 수요 포착 및 미래 신규 수요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중국 산업의 고도화에 따른 한중 교역 구조 및 성격의 변화에 대응하고, 중저위 기술군 산업의 의존도 및 경합 심화, 그리고 예기치 못한 중국의 무역조치 등에 대비한 다각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