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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의료사고 사망’ 모친에 막말한 의사 비판한 아들의 죄명은?

[오늘, 이 재판!] ‘의료사고 사망’ 모친에 막말한 의사 비판한 아들의 죄명은?

기사승인 2022. 08. 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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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1
대법원 /박성일 기자
의료사고로 숨진 모친을 두고 '재수가 없어 죽었다'는 식의 말을 한 의사를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아들에게 명예훼손을 물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사의 언행을 비판하는 것이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에 해당하다고 본 것이다.

19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2017년 11월 경기도 모 대형병원 앞에서 의료사고로 모친을 잃은 A씨는 수술 의사 B씨가 '돌팔이 의사가 수술한 건 운이 좋아 살았고 자기가 수술한 건 재수가 없어 죽었다'고 말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전단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렸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사회적 가치,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을 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급심은 모두 A씨의 행위를 유죄로 봤다. 1심은 A씨가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훼손을 했다며 전부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전단 내용에 허위는 없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보고 벌금 50만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의 전단지 배포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단지의 주된 취지는 의사 B씨가 의료사고에 사후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것으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전단지에 '잘못된 만행' '막말' 등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는 A씨가 의사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약간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가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며 "이는 사적 영역에서 일탈행위를 했다기보다는 의료행위와 밀접한 연관 영역에서 의료인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 원심 판단을 전부 파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 및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고려해 명예훼손의 지나친 확장을 경계하고 성립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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