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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의 무기 생산력과 경쟁력

[이효성 칼럼] 한국의 무기 생산력과 경쟁력

기사승인 2022. 08. 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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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냉전이 종식된 이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큰 전쟁 없이 평화를 누리면서 대체로 국방비를 축소하고 안보를 소홀히 해왔다. 그동안 미국의 국방비 축소 및 세계 경찰 역할의 약화, 중국의 국방력 강화와 전랑외교, 중동에서의 정세 불안, 북한의 핵무장에도 서방 세계는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 대응으로 냉전 종식 후 줄여만 오던 국방예산을 다시 대폭 늘리고 군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서방세계에서 각종 무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그런데 살펴보니 그동안 평화 무드 속에서 독일을 포함한 서구 국가의 무기들이 방치되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무기생산 시스템 자체가 거의 무너진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미국의 방위산업은 고급의 대형무기 중심으로 바뀌어 일반무기의 대량생산 능력이 부족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들 국가의 무기는 그 값이 비싸고 서비스는 불량하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고 성능마저 시원찮은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제 무기나, 러시아와 밀월 관계에 있고 미국의 견제를 받는 데다 본래 그 성능이 떨어지던 중국제 무기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무기와 방위산업이 세계 방산계의 총아로 떠오르게 되었다. 현재로서 우수한 각종 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서방 국가이기 때문이다. 1953년 이래 지금까지 남북 간에 종전 대신 휴전이라는 준전시 상태에 있는 한국은 그동안 호전적인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꾸준히 각종 무기를 개발하여 생산하고 운용해왔다. 말하자면, 우수한 성능의 무기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온 것이다. 더구나 한국 무기는 기본적으로는 미국 무기체계에서 개발된 것들이다. 따라서 한국 무기는 주로 미국 무기들을 써온 서방세계에 미국 무기의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국 무기들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단순한 생산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무기의 높은 가성비 때문이다. 한국 무기는 그 성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그 가격이 다른 나라 제품의 수분의 일로 매우 저렴하다. 한국은 철강, 조선,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도료 등 제조업이 발달하여 각종 무기를 튼튼하고 정교하게 제작할 수 있다. 게다가 여름과 겨울에는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고 산악지대가 많은 한국의 자연 환경에 견디고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다 보니 한국 무기는 매우 우수한 성능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한국 무기는 발달된 반도체 및 디지털 기술로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자체의 방호능력도 잘 갖추고 있다.

한국은 무기 기술 이전(移轉)에도 우호적이다. 한국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일부만 한국에서 만들어서 보내고 나머지는 구매국에서 조립하거나 자체 생산을 허용함으로써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또 판매한 무기의 운용에 필요한 노하우와 부품 조달 등 A/S도 신속하게 제공한다. 이는 그동안 한국이 서방 선진국의 무기를 구매하면서 겪은 터무니없는 가격과 엄격한 기술 이전 제한 그리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느린 A/S로 애를 먹은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자세는 국방을 이용하여 바가지를 씌우는 서방 무기 제조업체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한국은 그동안 일반 제조업을 발전시켜 방위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본래는 우리 국방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무기를 자체 생산하는 자주국방을 지향하기 위해서였다. 그랬던 것이 그간 우리의 제조기술 발전과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이제는 우리 무기를 사려는 주문이 밀려들어 이제는 방위산업이 우리의 주요 산업이 되고 우리 제조업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 국방력이 약해서 나라를 잃었던 우리로서는 자국의 국방을 위해 우리 무기를 구입하려는 나라들에게 우리의 우수한 무기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여 도움을 주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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